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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턱밑까지 저출산 쇼크…하남·과천·의왕도 분만실 없다 [리셋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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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기도 하남시는 전국에서 인구 유입이 가장 활발한 도시 중 한 곳이다. 올해만 8월까지 1만6775명이 유입되며 인구(8월 기준 31만365명)는 30만명을 넘었다. 하남시는 지리적으로 서울 강남 3구와 인접한 데다, 쇼핑ㆍ교육 인프라가 잘 구축돼 젊은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인구의 약 절반(46.7%)이 20~40대다.

하지만 하남시의 합계 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89로 1을 밑돈다. 하남시에 사는 여성은 평균적으로 한명 미만의 아이를 낳는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하남시는 지난해 과천ㆍ의왕시와 함께 경기도에서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로 분류됐다. 역시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베드타운인 과천ㆍ의왕시도 지난해 출산율이 각각 0.99ㆍ0.89에 불과했다. 혼인ㆍ출산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저출산 쇼크는 고령화가 심각한 지방의 시ㆍ군을 넘어 수도권의 젊은 도시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급감하는 출생아수와 출산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급감하는 출생아수와 출산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일 서울대 인구학연구실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올해 출생아 수는 24만명대로 25만명을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출생아 수 27만2410명보다 2만5000~3만명가량 줄어들 것으로 봤다. 2012년 48만5000명에서 불과 9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래 최저치다.

올해 출생아 사상 최저 25만명대 아래로

합계 출산율은 올해 0.78~0.8로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0.84명) 기록을 다시 한번 고쳐 쓸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추세는 202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보통 인구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본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는 평균(2018년 기준 1.63명)에 한참 떨어지는 압도적인 꼴찌로, 출산율이 0명대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인 인구는 초고속으로 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2020년 15.7%에서 2025년에는 20.2%로 20% 선을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2045년 이후엔 한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된다. 현 추세라면 2060년 4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래 인구 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장래 인구 전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생산과 소비를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인 25∼59세 인구를 ‘일하는 인구’로 따로 분류해보자. 2028년이 되면 이들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 아래로 내려간다. 2031년에는 올해 대비 315만명이 줄어든 수준으로 감소한다. 향후 10년 동안 일하는 인구로만 현재의 부산시 인구(337만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사라지는 셈이다. 지금은 유아 관련 산업 부문 등 사회 일부 영역에서만 체감하는 ‘인구 절벽’ 현상이 이때가 되면 거의 모든 사회 분야에서 피부에 와 닿게 된다.

인구감소 쓰나미의 조기 경보는 발령됐다. 지난해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으로 나타나면서 주민등록인구는 지난해 말 5182만9023명으로 2019년보다 2만838명 줄었다.

병역의무자 변화 예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병역의무자 변화 예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인구 감소가 불러올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청년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는 지방 중소도시와 온도 차가 크다. 고령화도 마찬가지다. 고령인구에 대한 복지 혜택이 계속 늘고 있지만, 아직까진 국가 재정에 여력이 있다 보니 젊은 층이 직접 느끼는 부담은 미약한 편이다.

"앞으로 9년이 마지막 골든타임" 

정부ㆍ정치권도 안이하게 대응했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 이후 정부는 2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 하락세는 멈추지 않는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리셋코리아 인구분과장)는 “인구 감소 및 고령화의 속도가 자금은 그나마 완만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은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다”며 “문제는 그 속도가 빨라지는 2030년부터인데, 거대한 인구 감소 충격의 쓰나미가 한꺼번에 닥친다”라고 말했다.

리셋코리아 인구분과 자문위원들은 차기 정부에 인구절벽 문제 해결을 위해 추진할 과제로 ▶인구사회 부총리 신설 ▶정년연장 공론화 ▶주거 복지 패러다임 전환 ▶고령친화 경제(silver economy)로의 생태계 확장 등을 꼽았다.

인구분과 위원들은 “앞으로의 9년이 한국사회가 인구 위기를 극복할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이미 줄어든 출산이 만들어 낼 미래 모습을 예측하고, 고령사회에도 지속 가능한 국가 시스템으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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