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판 화천대유 노린 것"...6000억짜리 대전터미널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2021.10.06 05:00

업데이트 2021.10.06 09:49

계약 취소된 민간 사업자 "대전시가 방해"고소 

대전시가 6000억 원짜리 유성복합여객터미널(유성터미널) 조성 사업 방식을 민간 주도에서 공영개발로 바꾸자 민간 사업자가 “사업권을 빼앗겼다”며 대전시를 고소했다. 이 사업자는 “대전시가 민간개발 사업을 공영개발로 바꾼 뒤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처럼 민·관 합작 방식으로 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한다.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사진 대전시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사진 대전시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추진하던 업체인 ㈜KPIH는 5일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재혁 대전도시공사 사장, 대전시 고문변호사 A씨 등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대전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KPIH는 “2018년 5월 유성터미널 사업자로 선정된 이후 업무를 성실히 이행했는데도 대전시가 사업권을 박탈했다”며 “이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대전도시공사는 지난해 9월 21일 KPIH 측에 사업 협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이틀 뒤에는 ‘터미널 면허 취소 사전예고’를 했다. 대전도시공사 측은 협약 해지 사유로 “KPIH가 마감 기한까지 PF 대출 실행과 토지매매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PIH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금융권 대출 심사가 엄격해진 데다 대전시가 대출 등을 방해하는 바람에 사업비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KPIH측 "대전시가 대출 방해"

KPIH측은 “대전도시공사는 사업 체결 후 기존 공모지침서 기준인 법정주차대수(100%)보다 50% 증가한 150%를 확보하라고 하는 바람에 공사비가 1200억원 증가해 사업성이 나빠졌다”며 “이게 결국 대출 등에도 악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해 10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을 공영개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대전시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해 10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사업을 공영개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대전시

또 “대전시 관계자 등이 금융기관에 전화를 거는 방법 등으로 압력을 행사해 대출을 못 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도시공사 관계자는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주차대수 확보량을 늘렸다"며 "금융기관에 전화한 것은 대출 성사를 돕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해 10월 29일 복합터미널을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허 시장은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민간사업자 의사를 타진했으나 사업 참여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공영개발로 방향을 정했다”고 했다.

대전시청 전경. 중앙포토

대전시청 전경. 중앙포토

대전시는 지난 7월 구체적인 복합터미널 개발 계획을 내놨다. 유성구 구암동 3만2693㎡(약 1만평)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33층 규모(연면적 약 24만㎡)로 짓기로 했다. 사업비 6000억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할 계획이다.

대전시 "공영개발 발표 이후 용역 결과 민관합동 필요"

이에 대해 KPIH 측은 "대전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유성터미널을 짓겠다고 해놓고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경기도 성남시의 '화천대유' 같은 민간 회사를 끌어들여 민·관 합동개발방식으로 바꾸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KPIH 측은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대전도시공사가 대전세종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유성복합터미널 건립 기본구상 연구용역’을 들고 있다. 용역비 6700만원은 대전도시공사가 지급했다.

지난 7월 완성된 용역에는 “사업추진 방식에서도 발주기관 단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민간의 지분참여를 유도하는 등 대안적인 민관합동 개발 방식 등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리라고 본다"라고 돼 있다.

KPIH "화천대유 모델 의심든다" 

이에 대전도시공사 김재혁 사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연구용역에 나온 내용은 단순 의견 제시 수준이어서 아무런 구속력이 없다”며 “유성터미널을 공영개발로 추진하겠다는 대전시 방침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대전세종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연구용역 내용.

대전시가 대전세종연구원에 의뢰해 만든 연구용역 내용.

유성터미널 사업은 2011년 민간 공모 방식으로 추진했다. 이후 사업자를 찾지 못해 2013년과 2018년, 지난해까지 모두 네 차례 무산됐다. ㈜KPIH가 선정된 이후에도 사업 추진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대전시 "10층→33층 변경은 제도 변경에 따른 것" 

대전시가 “공영개발을 하겠다”며 터미널 건축물 높이를 33층까지 높이기로 한 것도 논란을 빚고 있다. 당초 ㈜KPIH가 만든 사업계획에는 지상 10층 규모였다. 이에 대전도시공사는 “지난 4월 그린벨트 개발계획 등 변경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됨에 따라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 4월 권한이 이양된 게 아니라 2016년 3월 바뀐 제도와 관련해 대전시가 질의함에 따라 유권 해석만 해준 것”이라고 했다. 2016년 3월 30만㎡ 이하인 개발제한구역 해제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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