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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악재 덮쳤다, 코스피 반년 만에 3000선 무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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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개월여 만에 코스피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내린 2962.17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27.83포인트(2.83%) 하락한 955.37로 장 마감했다. 우상조 기자

6개월여 만에 코스피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내린 2962.17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27.83포인트(2.83%) 하락한 955.37로 장 마감했다. 우상조 기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미국 부채 한도 협상 난항, 중국 부채 위기 등 세 가지 악재가 동시다발로 발생하며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반년 만에 3000선이 깨졌고, 원화와 채권값 역시 연중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주식·채권·원화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다.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9% 하락한 2962.17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3월 24일(2996.3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초 3000시대를 열며 3302.84(6월 25일 종가)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하며 다시 200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보다 2.83% 내린 955.37에 장을 마감했다.

중국 전력난, 에너지 가격 치솟아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가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235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 이틀 사이(2거래일) 순매도액만 1조원에 육박한다. 반면에 개인(3537억원)과 기관(2362억원)은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5899억원 순매수했다.

지수의 추락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일제히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포함) 가운데 현대차(0%,보합)를 제외한 9종목이 하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7.2%)가 하락 폭이 가장 컸고, 카카오(-4.72%), 삼성SDI(-3.82%), 네이버(-3.01%) 등도 3% 이상 하락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역시 전 거래일보다 1.37% 하락한 7만2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가이자 지난해 12월 8일(7만17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채권과 원화값도 동반 하락세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17% 오른 1.650%로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0.033% 오른 2.291%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이날 원화가치도 달러당 1188.7원으로 전 거래일(1일)에 이어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9일(1189.1원) 이후 1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달러당 원화값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금융시장의 가장 큰 악재는 공급 쇼크발 인플레이션 우려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과 중국의 전력난 등에 전 세계 공급망에 연이은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최근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에 따른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던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연준(Fed)이 예상보다 빠르게 돈줄 죄기(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유가와 원자재 값도 치솟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3% 오른 배럴당 77.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의 최고치다. 석탄·천연가스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물가 상승과 경기 위축이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의회에서 부채 한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 재무부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이나 유예 시한을 18일로 못 박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국가부채 한도 증액 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8일께 사상 초유의 지급불능(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고채 3년 수익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고채 3년 수익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발 부채 위기도 금융시장을 긴장시키는 변수 중 하나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에 이어 또 다른 부동산 업체 판타시아도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4일(현지시간) 불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판타시아는 이날 상환해야 하는 채권이자 2억570만 달러(약 2440억원)를 끝내 지불하지 못했다.

많은 증시 전문가는 해외발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국내 증시의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상국 KB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긴축 우려와 미 의회 부채협상 난항, 중국 부동산 파산 위험 등 굵직한 악재가 겹겹이 쌓였다”며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일시적으로 코스피 2900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심리 위축”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특히 급격한 물가상승에 (연준이) 경기가 안 좋은데도 긴축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다음 달 연방준비위원회(FOMC) 회의에서 긴축 우려를 완화해 주는 신호가 나온다면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에선 연말로 가면서 혼란과 불확실성이 잦아들고, 주가도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소비 회복이 이어지면 기업 이익이 늘면서 주가 반등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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