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불닭볶음면, 해외서 더 많이 먹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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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올 3분기까지 신라면 매출액의 53.6%가 해외 매출이다. 외국인이 신라면을 먹는 모습. [사진 농심]

올 3분기까지 신라면 매출액의 53.6%가 해외 매출이다. 외국인이 신라면을 먹는 모습. [사진 농심]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사는 박모(66)씨는 지난달 말 지인들과 스위스 여행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하여 해외여행 제약에서 벗어나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국가를 방문했다. 여행 중 박씨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스위스 베른주에 있는 알프스의 정상 융프라우다. 세계에서 한 손에 꼽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설경도 멋있었지만, 융프라우 쉼터에서 먹은 신라면 컵라면은 ‘꿀맛’이었다. 박씨는 “맵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신라면을 먹는 외국인을 보니 괜히 뿌듯하고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에서 ‘K-라면’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뿐 아니라 매운맛이 익숙하지 않은 서양에서도 한국 라면 소비가 늘고 있다. 5일 농심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라면 누적 매출액이 69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것은 절반이 넘는 53.6%가 해외 매출이라는 점이다. 국내보다 해외 매출이 많다는 의미다. 1986년 신라면 출시 이후 해외 매출액이 더 높았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더 좋다. 삼양식품의 지난 4년간 연평균 해외 매출 증가율은 41%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7%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오뚜기도 진라면·진짬뽕을 앞세워 중국·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서 지난해만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60% 성장했다.

한국 라면이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K-팝(Pop)’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한국 드라마라 아이돌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고 자연스레 한국의 대중 식품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다. 코로나19 영향도 있다. 세계적으로 ‘집밥’ 수요가 늘면서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라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여기에 국내 라면 업체의 꾸준한 해외 마케팅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이다. 농심은 96년 중국 상해 공장을 시작으로 미국·일본·호주·베트남에 이어 2020년 캐나다까지 세계 각국에 현지 판매 법인을 세우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췄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8월 미국에 이어 지난해 12월 중국 상해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오뚜기도 이미 미국·베트남·중국·뉴질랜드 등지에 현지 법인을 세웠다.

한국 라면이 인기를 끌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도 라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롯데마트는 ‘팔도×한성기업 크래미 라면’을 롯데마트·롯데슈퍼 단독 판매한다. 이마트도 현대카드와 공동 개발한 ‘정든 된장라면’ 밀키트 판매에 나섰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본인의 레시피로 만든 된장라면을 소개했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이에 호응해 양사가 본격적으로 상품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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