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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사악한 페이스북' 내부고발로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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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FP]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AFP]

내부고발자‘사회적해악 방치’문서공개

정치선동 불안 등 부작용 알면서도 방치

1. 페이스북이 위기를 맞았습니다. 4일(미국시간) 페북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이날 접속장애가 발생한 것도 악재였지만..그보다 심각한 것은 페북의 비도덕성에 대한 내부고발이었습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페북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페이스북 파일’이란 탐사보도를 시리즈로 내놓았습니다. 파일을 제공한 내부고발자가 3일 방송(CBS)에 등장했습니다. 5일 미국 상원에서 증언합니다.

2. 페북이 중요한 건 전세계를 지배하는 소셜미디어(SNS)이기 때문입니다. 페북 자체 회원 27억, 자회사인 인스타그램 12억입니다. 우리나라는 SNS 이용율 세계3위입니다. 전국민이 페북의 절대적 영향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페북이 도덕적으로 상당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물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이번에 내부문서로 확인되었습니다.

3. 고발의 핵심은 결국 ‘페북의 판단기준은 장사속’이란 겁니다.
기업으로서 수익이 최우선인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페북은 단순한 기업 이상의 영향력, 따라서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기업입니다. ‘소셜(사회적)’이나 ‘미디어’라는 단어 모두가 그런 특성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페북 창업자 저커버그는 늘 그런 대의명분을 강조해왔습니다.

4. 그런데 WSJ 탐사보도를 보면 저커버그의 말과 행동을 달랐습니다. 탐사보도 요지는 다음.

-문제 게시물을 자동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면서..내부적으로 유명인들의 문제 게시물은 삭제하지 않았다. 축구선수 네이마르가 페북과 인스타에 올린 여성 나체사진을 방치한 것이 대표사례.
-인스타가 10대 소녀들에게 특히 악영향(불안 우울증 자살충동 등)을 끼친다는 사실이 내부분석결과 확인되었지만..연구결과를 공개하지도 않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도 않았다.

-페북은 2018년 ‘사용자 유대강화로 보다 건강한 사이버공간을 만든다’며 알고리즘을 바꿨는데..그 결과 사용자들의 양극화, 적대감 강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문제에 대한 개선건의가 있었지만 저커버그는 ‘페북 사용자 이용시간이 줄어들 우려’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외면했다.

-페북이 마약거래와 인신매매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 역시 내부적으로 제기됐으나 대응은 미흡했다.

5. 우리나라에도 모두 적용되는 문제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세번째, 2018년 알고리즘 변화의 부작용입니다.
당시 페북은 아는 사람끼리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등 추천한 게시물이 더 잘 노출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좋아하는 게시물만 소비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현상이 강화됩니다.

사용자들간에 ‘의미있는 사회적 상호작용(MIS. meaningful social interaction)’을 촉진한다는 취지였지만..결과적으로 분노사회를 초래했습니다.

6. 특히 정치분야에서 이런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페북 내부문서에서 등장하는 문제사례도 유럽의 정당입니다.
페북이 알고리즘을 바꾼 결과 정당들이 페북을 통해 분노를 자극하는 감성적인 선전전략을 구사하게 됐고, 여론이 과격화되는 악순환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7. 이런 문제가 현실로 드러난 사례가 지난 1월6일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점거 시위였습니다.
페북을 통해 대통령선거 개표부정이란 가짜정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된 사람들이 확증편향에 빠져 무력행사에 나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4ㆍ15 총선에서 선거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페북에 끈질기게 게시물을 퍼트리고 있습니다.

8. 페북은 ‘소셜’하지도 않고, ‘미디어’도 아닙니다. 장사 잘하는 기업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사용자 정보를 독식함으로써 돈을 벌기에 공짜도 아닙니다.
페북 알고리즘이 올려주는 게시물만 편식하면 ‘소셜’하지 못한 사람이 됩니다.
〈칼럼니스트〉
202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