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아파트 울린 비명...경찰은 7층까지 뒤져 주민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5 21:51

업데이트 2021.10.06 09:56

울산경찰청은 북부서 농소1파출소 김영경 경위가 톱(Top) 폴리스(으뜸 경찰관)으로 뽑혔다고 5일 밝혔다. [사진 울산경찰청]

울산경찰청은 북부서 농소1파출소 김영경 경위가 톱(Top) 폴리스(으뜸 경찰관)으로 뽑혔다고 5일 밝혔다. [사진 울산경찰청]

지난 6월 4일 오후 9시쯤 울산 북부경찰서 농소1파출소. 근무중이던 김영경 경위(34)는 한 통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 파출소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 “자꾸 주변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어딘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김 경위는 신고를 받고 동료 3명과 함께 해당 아파트로 출동했다. 그리고 두 조로 나눠 1층부터 한 층씩 올라가며 소리가 나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김 경위가 7층에 다다르자, 어디선가 고함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김 경위는 “경찰이다”며 문을 두들겼고, 50대 여성이 울면서 문을 연 뒤 “남편이 쓰러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고 했다.

김 경위는 즉시 쓰러진 남성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몇분이 지났을까. 고혈압으로 심정지가 왔던 남성이 숨을 쉬기 시작했다.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남성은 현재 건강을 회복한 상태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쓰러지자 당황한 나머지 119에 미처 신고할 생각을 못 했다”며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 경위는 “7층까지 뛰어 올라가 힘이 빠진 데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다”며 “쓰러진 분이 숨을 쉬자마자 안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울산경찰청은 5일 올해 울산 탑폴리스(Top-Police)로 김 경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탑폴리스는 경찰의 날(10월 21일)을 맞이해 시민에게 최고의 치안서비스를 제공한 경찰관을 시민평가단이 선발하고, 울산경찰청이 포상하기 위해 기획됐다.

올해 탑폴리스에 선정된 울산 북부경찰서 농소1파출소 소속 김영경 경위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사진 울산경찰청]

올해 탑폴리스에 선정된 울산 북부경찰서 농소1파출소 소속 김영경 경위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 [사진 울산경찰청]

김 경위는 위 사례와 같이 심정지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는 등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온몸으로 지켜냈다는 게 울산경찰청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 8월 김 경위는 흉기를 든 자살 의심자를 제압하기도 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김 경위가 근무 중이던 파출소에 “남편이 죽고 싶다며 흉기를 휘둘러 집에서 도망 나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김 경위는 경찰에 임용된 지 2개월이 된 후배 순경과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김 경위는 “가는 내내 걱정이 앞섰다”며 “당시 아내분이 알려준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가니 남편분이 흉기를 쥐고 유서를 쓰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경위는 당시 저항하는 남성의 흉기를 빼앗고 제압했다. 그리고 곧바로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남성은 퇴직한 뒤에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경위는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다”며 “물론 무섭기도 했지만, 경찰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김 경위는 이외에도 올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을 구속시키고 절도·협박·음주운전·마약사범 등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자들을 잇따라 검거하는 등 만능 순찰요원의 자질을 뽐냈다.

울산경찰청은 탑폴리스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달 6~15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모했다. 그 결과 경찰관 18명이 추천을 받았고, 내부심사를 거쳐 6명을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이후 5일간 울산경찰 폴뉴스 수신자, 출입기자단, 자율방범대·생활안전협의회 등 치안협력단체 회원 2886명이 문자투표에 참여했는데, 총 46%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 경위가 최종 선발됐다.

김 경위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경찰관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탑폴리스 시상식은 오는 21일 경찰의날 기념식과 겸해 치러진다. 치안협력단체 대표들이 축하의 자리를 함께 할 예정이다. 수상자인 김 경위는 트로피와 상장, 소정의 포상금을 받는다.

유진규 울산경찰청장은 “전국 최초로 시민 손으로 최고의 경찰관을 선발하고 포상하는 행사이기에 그 어느 상보다 영예롭고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도 시민들과 가까이 소통하는 치안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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