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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카지노 145억 도난사건 수사 중지···유력 범인 알고도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외 도주 용의자들 신병확보 못해 중지

제주 신화월드 카지노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신화월드 카지노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최대의 외국인카지노 금고에서 145억 원이 사라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9개월 여만에 수사를 중지했다. 유력한 용의자가 해외로 빠져나간 후 자취를 감춰 신병확보가 어려워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사 중지는 피의자의 소재불명 등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없을 때 이뤄지며, 피의자 신병이 확인되면 재수사가 가능하다.

제주경찰청은 5일 “제주 랜딩카지노에서 145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로 자금담당 임원 말레이시아 여성 A씨(55) 등 3명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고, 수사를 중지했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은 중국 랜딩그룹의 홍콩 투자법인인 랜딩인터내셔널이 지난 1월 5일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에서 145억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A씨 등을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랜딩카지노 내 VIP금고인 물품보관소 안에 있는 3~4개 금고에서 본사 자금인 145억여원을 보관하다 내부 보안규정을 지키면서 돈을 빼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도난 금액 145억원 중 92% 가량인 134억원을 찾아냈다. 카지노내의 VIP 전용금고에서 81억5000만원을, 제주도내 모처에서 47억원 등을 찾았다. 경찰은 나머지 10억원가량은 30대 중국인 공범이 이른바 '환치기'를 통해 해외에 송금한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인 공범은 카지노 고객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에이전트 업체의 직원으로 알려졌다.

134억원 금융기관 위탁보관 이자 550만원 발생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연합뉴스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연합뉴스

경찰은 회수한 134억원을 도내 금융기관에 위탁 보관하고 있다. 이 돈이 랜딩인터내셔널 자금으로 밝혀지면, 돈은 가환부 절차를 통해 랜딩인터내셔널로 돌아가게 된다. 가환부란 경찰 수사에 필요하거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해야 할 경우, 이를 반환하는 조건으로 압수물을 돌려주는 제도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이자도 발생했다. 연 금리는 0.1%다. 도내 금융기관에 위탁 보관하고 있지만, 해당 돈은 증거물로 금융기관에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시중 금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자는 550만원 상당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이자 수익은 국고금관리법에 의해 국고로 환수된다.

2018년 3월 문을 연 제주 랜딩카지노(5581㎡)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8726㎡)에 이어 국내 카지노 중 두 번째 규모다. 영업 첫해 3848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모기업인 랜딩인터내셔널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경영이 흔들렸다. 2019년 매출액은 624억5300만원으로 1년 새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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