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가 문제가 없다는데 왜 자꾸 문제를 삼느냐”(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공동행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희들 입장”(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5일 해수부와 수출입 화주들의 조직인 무역협회가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놨다.
장관 말과 다른 무역협회 입장
이날 문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운법 개정안의 통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해운사의 고객인 화주가 해운법 개정안에 이견이 없다고 문 장관이 직접 밝히면서 해운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사실상 겨냥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발의된 해운법 개정안은 해운사들이 담합을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무역협회를 대표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은 “해운법 개정안의 선사 공동행위에 대한 무조건 포용 조항이 화주 입장에서는 권익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동행위를 조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밝혔다. 화주를 대표하는 무역협회에서 공식적으로 해운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해수부에도 두 차례 의견 내
관계부처에 대한 취재를 종합하면 무역협회는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해수부에 해운법 개정안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다.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직후 이에 대한 우려 의견을 관계 부처에 냈다. 그러나 법을 발의한 농해수위 측에서는 지난달까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실제 농해수위의 검토보고서에도 이 내용은 빠져있다.
해수부는 지속해서 “화주들도 해운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28일 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화주 입장은 어떤 것이냐”고 묻자 엄기두 해수부 차관은 “전경련에서 화주 직접 조사했다. 약 90%가 해운법을 개정하거나 공정위가 과징금을 철회해야 한다고 발표까지 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서 '공정위 협의 필요' 49%
그러나 해당 설문조사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공정위와 협의해 해운법상 담합 허용을 위한 구체적 절차를 추가하는 등 법 정비가 필요하다’였다. 49.3%의 화주가 해운법 개정에 있어서 공정위와 협의를 전제로 답했다. 뿐만 아니라 4개 문항 중 대부분이 선사에 유리하게 작성됐다.
최근 발의된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전에 있던 담합도 소급 적용 조항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해진다. 공정위가 해운업계의 담합 협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황에서 ‘담합 면죄부법’이라는 비판까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몇 개의 경우가 있지만, 이때에도 내용과 절차상의 요건을 지켜야 한다”며 “공정위가 해운사들의 담합을 제재하겠다는 것은 해운법의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