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논란’에 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접근법은 5일도 강공 일변도였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는 미래의 부동산 수익을 알아맞히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아니라, 주어진 현실에 맞춰 시민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찾아내는 공직자”라고 적었다. 대장동 지구 초과이익을 더 환수했어야 한다는 야권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 지사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예측한 수익(459억원)의 12배를 환수한 제가 배임죄라면, 사업을 철회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LH 관계자들에게는 무슨 죄를 적용해야 하는가”라고도 주장했다. “민간참여형 공영개발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이재명이 싸우지 않았다면 5503억원조차 민간업자와 국민의힘 입으로 다 들어갔을 것”이란 논리였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들도 결사항전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장 곳곳에서도 ‘대장동 논란’은 최대 이슈다. 이재명 캠프 박주민 총괄본부장(법제사법위 간사), 김병욱 직능본부장(정무위 간사), 김영진 상황실장(기재위 간사) 등은 각 상임위에서 야권의 의혹 제기를 전면 차단하고 있다. “불씨가 다른 이슈로 옮아붙는 걸 막기 위한 일종의 전면전”(한 당직자)이란 평가다.
반면 당 내에선 이 지사 측 대응과는 다른 기류도 읽힌다.
“전세 실소유자들이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다’며 정부가 참 세상물정 모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주최한 ‘전세대출 보완 긴급토론회’에서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이 한 말이다. 금융당국이 연말 가계대출 규제강화를 추진하면서 ‘전세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책 선회를 주문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정부 관계자가 불참하자 한 패널은 “입장 충돌이 발생할까봐 안 나온 거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싱크탱크가 정부 정책을 맹비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노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입장을 바꾸는데 당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가계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 역시 ‘대장동 논란’ 때문이다. 안그래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여당 1위 후보가 기초자치단체장 시절 주도한 개발 사업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면서 당내에서도 “자칫 대선이 부동산 심판 선거가 될 수 있다”(민주당 수도권 의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3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9%로, LH사태 직후인 지난 3월 2~3일 조사 때보다도 부정 평가 비율(74%)이 더 높아졌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같은 기간 11%에서 6%로 감소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당 지도부도 대장동과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의 장기화에 대비한 준비에 돌입했다. 민주연구원과 당 정책위원회는 최근 송영길 대표의 지시로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10대 대선 공약’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당 부동산특위(위원장 김진표)를 꾸려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정부 정책 방향을 틀었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한다. 서울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 차원의 정책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으로, 과거의 논란을 덮자는 취지인 셈이다.
“결국은 부동산 대선될 것”
하지만 이 지사 캠프의 강경론과 여당의 정책 드라이브만으로 '대장동'의 파고를 넘을 수 있을지엔 의문이 따른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지난 3일)을 기점으로 야권의 공세는 더욱 첨예해지고 있고, 대선 승부의 키를 쥔 중도층 민심이 춤 출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장동 지구가 경기 성남 대단지 아파트 개발이어서 수도권 유권자들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는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공급 대책은 필요 없다. 나도 화천대유에 넣어달라”, “이 지사의 정책 실행력도 더는 못 믿겠다”는 비난글도 여럿 올라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개발 이슈인 대장동 의혹과 공급·수요 대책인 부동산 정책은 엄밀히 말해 다른 문제지만, 미리 차단하지 않으면 두 이슈가 엉켜 강한 폭발력을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