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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우리 후배 반줄까”…‘대장동 녹취록’ 정영학 불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한 데 이어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인 김만배(57)씨에 대한 소환을 준비 중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하면서 구속영장에 김씨를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한다.

김씨는 2015년 3월 대장동 민관합동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을 주관한 유 전 본부장에게 개발이익의 25%를 주기로 약속하고 실제 올해 1월 5억원을 전달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 캡처]

화천대유 재무이사 불러 ‘김만배 대여금 473억’ 용처 조사…“이미 다 갚았다”

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유 전 본부장과 김씨 사이의 뇌물수수 혐의를 지난달 검찰에 제보한 정영학 회계사와 화천대유 김모 재무이사를 불러 조사했다.

정 회계사는 소위 ‘대장동 녹취록’과 별도로 김씨가 올해 1월 유 전 본부장에 뇌물로 건넸다는 의혹을 받는 5억원과 관련해 5만원권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 찍힌 사진을 증거물로 제출한 장본인이다. 김 이사는 대주주 김씨에 대한 장기대여금 473억원을 포함해 화천대유 회계·자금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상대로 올해 1월 유 전 본부장에게 대주주 김씨가 5억원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캐물었다고 한다. 또 장기 대여금 473억원의 세부 사용처는 물론 약 2000억원에 이르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3호에 대한 사업 배당금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김 이사는 “이미 김씨로부터 대여금 473억원을 이미 상환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로 대주주 김씨 본인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들은 “아직 소환 통보를 받진 않았다”면서도 소환 조사를 기정사실로 하고 준비 중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유동규에 뇌물 5억 뿐?…녹취록에 “우리 후배 절반 줄까”

대주주 김씨의 유 전 본부장에 대한 뇌물공여 액수는 검찰 수사에 따라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 체포(10월 1일)되기 직전 경위 파악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 “김만배씨로부터 3차례가량에 걸쳐 11억 8000만원을 빌렸다”는 해명을 했다고 한다. 현재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11억 8000만원을 빌린 건 맞다”면서도 “김씨가 아니라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한테 빌렸다”는 입장이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는 함께 지난해 11월 유원오가닉(현 유원홀딩스)을 설립하기도 했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의 돈세탁용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받는 업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는 2015년 3월 화천대유가 속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당시 화천대유 측 예상이익 1800억원 가운데 25%(450억원)를 추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겠다고 약속한 의혹을 받는다. 이후 부동산값 폭등의 영향으로 화천대유 및 천화동인 1~7호 주주들에 대한 수익 배당금만 4040억원에 이르고 별도 아파트 분양수익이 3000억원가량에 이르면서 지난해 10월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떼어 주기로 약속했다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 측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대장동 녹취록에 나오는 ‘700억원 약정설’에 대해 “김만배씨가 술자리에서 ‘우리 후배한테도 반 줄까’라고 해서 ‘그럼 주세요’라고 한 것이고 그 다음부터 얼버무리고 안 준 것”이라면서 “농담으로 주고받은 게 녹취가 돼 와전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대주주 김씨를 소환해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인 유 전 본부장의 배임·뇌물 혐의를 입증한 다음 김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김씨와 관련해 녹취록을 근거로 화천대유에 6년간 근무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준 의혹, 정치권과 고위 법조인·언론인들에 50억원을 약속하거나 전달했다(50억 약속클럽)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 운영하는 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업체에 100억원의 자금이 흘러간 사실도 파악됐다.

다만 김씨 관련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해선 검찰과 별도로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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