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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같다"…국정감사에 '오징어게임' 소환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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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중앙포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 중앙포토

‘국가채무가 4년간 무려 400조원이나 늘었다고요? 사실이 아님.’

방송통신위원회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예산 지원을 받아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허위 정보를 검증하는 플랫폼인 ‘팩트체크넷’에 지난 8월 10일 올라온 내용이다. 지난 7월 25일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재난지원금 문제점을 지적하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가채무가 4년 간 무려 400조원이나 늘어났다”고 쓴 걸 검증한 것이다. 팩트체크 결과 유 전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한 시민 팩트체커는 ‘기획재정부 추정치로 계산해 보니 363조원이다. 5년 간 400조원은 10% 정도 부풀린 것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14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며 인용한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세계적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글도 올라왔다. ‘버나드쇼의 묘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5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시청자미디어재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이러한 ‘팩트체크넷’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전 세계 민주주의 어떤 국가도 정부 주도로 팩트체크하는 곳이 없다”며 “(팩트체크넷) 검증 결과 야당 정치인 발언은 집중적으로 트집 잡고 정부와 여당은 옹호하는 데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세금 27억원이 낭비됐다”며 “해도 해도 너무 노골적인 편향적 팩트체크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한규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부 예산을 일부 지원할 뿐 내용과 인적 구성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원칙을 처음부터 견지를 해왔다”고 말했다.

방통위 예산 지원되는 ‘팩트체크넷’ 편향성 논란

이날 국정감사에선 최근 세계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공급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도마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제작비를 포함한 원가의 10%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등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트 제작사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면서도 “일체 판권, 지적재산권을 전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 같은 경우도 각국에서 큰 히트를 쳤음에도 수익은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콘텐트 펀드’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은 “(오징어 게임의 수익 배분이) 대장동 사건의 화천대유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가 천문학적인 개발이익을 가져간 것에 빗대 넷플릭스의 수익 구조를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연주환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팀장은 “창작자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계약도 맺고 있다”고 답했다.

‘n번방 사건’과 같은 아동성착취물 영상의 온라인 유통,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통한 성매매, 미성년자에게 선정적 동영상을 안내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입법이나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충돌되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둘러싸고 여야 공방 벌여 

이날 증인 신문 시간에는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TBS가 김어준씨 덕분에 광고 수입이 늘어서 서울시민의 세금을 아꼈다고 주장했지만 (서울시와 산하기관 등 협찬광고가) 폭증을 했다”며 “TBS가 냈다는 수익이 딱히 서울시민의 세금을 아낀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세금이 낭비된 것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증인으로 출석한 이강택 TBS 사장은 “서울시나 산하기관에서 협찬한 것보다 다른 공공기관에서 훨씬 많이 늘었기 때문에 (허 의원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뉴스공장은 라디오 청취) 점유율 전체 2위”라고 밝혔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 캡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방송인 김어준씨. 유튜브 캡처

김어준씨에 대한 야당 의원들이 비판이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 편향을 이유로 국감장에 언론 대표를 불러내는 것은 옳지 않다”(조정식 의원)거나 “뉴스공장 국회의원 정기출연 현황을 보면 대부분 야당 의원들인데, 이게 편향성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 아니냐”(정필모 의원)고 반박했다.

이날 국정감사에는 김경훈 구글 코리아 대표, 정기현 페이스북 코리아 대표, 윤구 애플 코리아 대표, 박대준 쿠팡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 플랫폼 기업의 경영진이 증인으로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고, 구글·애플의 인앱(in-app) 결제 강제 등 수익 배분 문제에 관해서도 질타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카카오가 마련하는 상생자금 3000억원에 대해 “국회에서 플랫폼이 갑질한다고 하니까 기껏 내놓은 게 5년 간 3000억원”이라며 “택시업계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건 무덤 앞에 묘지만 좋은 것 세워주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이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중국 내 자회사를 통해 유출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자 박대준 쿠팡 대표는 "개인정보를 국내로 이전하겠다”며 “중국 현지 법령의 해석과 상관없이 (중국 당국의 개인정보) 열람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구글이 뉴스 콘텐트를 사실상 사용하면서도 언론사에 사용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네이버는 뉴스 서비스를 아웃링크(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를 하고 있음에도 뉴스 사용료를 거액을 주고 있는데 구글도 정책을 바꿀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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