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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성폭력으로 소년원 다녀온 것 숨기고 결혼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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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소년원. [사진 연합뉴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춘천소년원. [사진 연합뉴스] 기사와 관계 없는 자료사진.

남편이 학창시절 성폭력으로 소년원에 다녀온 사실을 숨기고 결혼했다며 혼인을 취소하고 싶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편의 끔찍한 과거를 알게 됐다”는 여성의 사연이 소개됐다. 3년간의 연애 끝에 A씨와 결혼한 남편은 알고 보니 학창시절 학교폭력과 성범죄 가해자였고 그 일로 소년원까지 다녀온 전적이 있었다.

A씨는 “남편의 고등학교 동창들을 초대해 집들이하다가 남편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됐다”며 “3년이나 연애했는데도 이 사실을 모르고 결혼한 게 너무 억울했고, 성범죄 전력이 있는 남자와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이 결혼을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지현 변호사는 “혼인 취소가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혼인취소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신고가 돼 있으나 혼인의 성립과정에 흠이 있는 경우 혼인의 효력을 장래에 향해 소멸시키는 것을 말한다. 민법 제816조에서 정하는 혼인취소사유에는 혼인 연령 위반, 근친혼, 중혼, 혼인당시 당사자 일방에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 사유가 있거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가 있는데, 이 중 A씨의 경우는 ‘사기로 인해서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해당해 혼인취소가 가능하다는 것이 최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 변호사는 “혼인 일방 당사자 또는 제3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진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숨기거나, 침묵한 경우도 혼인 사기에 포함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남편이 자신의 범죄전력에 대해서 미리 고지하지 않은 부분도 혼인취소 사유 중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역시, 사기로 인해 혼인이 취소되기 위해서는 사기로 인하여 생긴 착오가 일반적으로 사회 생활관계에 비추어 볼 때 혼인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당사자가 그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는 태도”라고 부연했다.

최 변호사는 “미성년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상 별도로 규정된 처분을 받는다. 소년 보호처분에는 감호 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등이 있는데 가장 중한 처분이 소년원 송치다. 그래서 성폭력범죄나 강도 같이 죄질이 매우 나쁘고 재범 가능성이 높을 때 소년원 송치처분이 내려지는데, 문제는 이 소년원 과거가 전과 기록에 남지 않고 취업이나 입대에서도 결격사유가 되지 않아서 남편이 직접 말해주기 전까진 A씨가 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 따라서 A씨가 남편의 성범죄 전력을 미리 알았다면 애초부터 결혼을 결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 경우에 있어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혼인취소 사유에 따라 제척기간(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이 있을 수 있는데, 사기로 인한 혼인취소 소송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혼인 취소 청구를 못 하기 때문에 빨리 서두르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때 3개월은 소송이 진행되는 기간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고 최 변호사는 설명했다. 또 “남편에 대해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뿐만 아니라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최 변호사는 “혼인취소를 한다고 하더라도 혼인관계증명서에는 혼인취소 이력이 남는다. 따라서 혼인취소를 한다고 미혼인 상태와 같아진다는 생각을 하시면 안 된다. 그래서 혼인신고는 신중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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