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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중국 공안의 고백 "울면서 무릎을 꿇고 애원할 때까지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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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애원할 때까지 때렸다”

전직 중국 공안은 7년 전 자신의 손으로 위구르 인들에게 가한 고문을 이렇게 묘사했다. “(중국 당국의) 명령에 따랐던 것이지만,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는 유죄”라며 반성도 했다.

위구르 수용소에서 교사로 일했던 우즈벡 여성 켈비누르 시딕이 지난 6월 중국 당국의 위구르인 학대 혐의 청문회에서 강제로 불임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위구르 수용소에서 교사로 일했던 우즈벡 여성 켈비누르 시딕이 지난 6월 중국 당국의 위구르인 학대 혐의 청문회에서 강제로 불임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이 2014년 무렵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소수 민족을 상대로 인권 탄압을 자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6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발간한 보고서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보고서가 고문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면, 이번엔 고문을 가한 중국 공안 측의 이야기가 담겼다. 4일(현지시간) CNN은 현재 유럽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직 중국 공안의 고백을 전했다. 그는 중국에 남겨진 가족을 위해 신원을 감췄고, 대신 장(Jiang)이라는 가명을 썼다.

"분리주의 세력이 중국을 분열시키려 한다"

장은 2014년 테러범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상사의 말 한마디에 신장 지역 근무에 자원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강력한 공격(strike hard)’이라는 대테러 캠페인을 내세워 공안을 모집했다.

10년 경력의 베테랑 공안이었던 장도 승진을 향한 욕망과 애국심이 뒤섞여 ‘신장 지원’을 결정했다. 기본급의 2배가 넘는 성과급도 받았다. 그렇게 중국 전역에서 15만 명의 공안이 차출됐다. 이들은 위구르 지역에 3~4차례씩 파견돼 ‘테러범 잡기’에 나섰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다반청 우루무치 3호 구치소 보안 경찰들. [AP=연합뉴스]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다반청 우루무치 3호 구치소 보안 경찰들. [AP=연합뉴스]

당시 공안요원들에게 위구르인은 나라를 위협하는 ‘적’이자 물리쳐야 할 대상이었다. 매일 체포해야 할 명단과 할당량을 부여받았다. 체포는 주로 한밤중에 이뤄졌다. 공안은 집으로 찾아가 위구르 인들을 강제로 끌고 나왔다. 머리에는 두건을 씌웠고, 저항하면 총구를 겨눴다. 일부 요원들은 지역 주민들을 집단으로 체포했다.

그렇게 2014부터 1년간 위구르인 등 소수 민족 90만 명이 강제 구금당했다. 장은 그 현장을 ‘전쟁터’로 기억했다. 그는 “체포 과정에서 저항했다면 나도 체포됐을 것”이라며 “대테러 작전의 실체를 알고 난 뒤 환멸을 느꼈다”고 했다.

사지 묶고, 수십 시간 때려…자백해야 끝나는 고문

체포된 사람들은 모두 범죄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공안은 이들에게 ‘테러 모의’ 혐의를 씌우고, 억지 자백을 강요했다.

자백할 때까지 고문을 가했다. 공안 요원마다 각기 다른 고문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천장에 매달고, 쇠사슬로 묶고, 땅에 눕혀 얼굴을 발로 밟았다. 전기고문, 물고문, 성고문도 서슴지 않았다. 잠을 재우지 않거나 물과 음식을 주지 않는 괴롭힘도 있었다.

지난 2월 터키 이스탄불 중국 영사관 인근에서 열린 위구르족 시위. [AP=연힙뉴스]

지난 2월 터키 이스탄불 중국 영사관 인근에서 열린 위구르족 시위. [AP=연힙뉴스]

그중에서도 ‘타이거(Tiger) 의자’가 가장 악명 높았다. 강철 의자에 족쇄와 수갑으로 사지를 묶어놓았는데, 수감자들은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했다. 공안 요원들은 수감자들을 이 의자에 이틀씩 앉혀 놓기도 했다. 고문 대상은 남성, 여성, 14세 이하 어린이·청소년 가리지 않았다. 경찰 구치소에 들어온 누구라도 자백 전까지 고초를 겪었고, 이후 교도소와 수용소로 보내졌다.

비인간적인 행동으로 괴로워한 공안도 있었다. 그때마다 상사는 “조국을 위한 일이다. 나쁜 경찰이 되는 것을 두려워 말라”고 다그쳤다고 한다. 장은 “직업 중 하나로 생각하는 요원이 있는가 하면, 그냥 사이코패스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국민을 섬기는 척하지만, 독재를 꿈꾸는 무리일 뿐”이라며 자신이 고문에 가담했었다는 사실에 하루하루가 괴롭다고 했다.

고문 희생자 “파리가 나보다 나았다”

CNN은 장이 폭로한 ‘익히 알려진 고문법’이 앰네스티가 공개한 보고서 내용과 일치한다며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당시 앰네스티가 발간한 16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구타와 폭행, 세뇌, 고문 등이 빈번했다는 수감자들의 증언이 담겼다.

CNN에 따르면 위구르에서 수감 생활을 했던 위구르 학자 압두웰리 아유프(48)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2013년 8월 19일 유치원에서 위구르어를 가르치다 체포됐다는 그는 첫날부터 수감자 12명과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했다. 아유프는 “알몸 상태로 집단 폭행을 당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이후 토사물 위에서 맞고 쓰러지길 반복했다”면서 “파리가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불법 모금’혐의를 거짓으로 자백했고, 1년 3개월간 수감 생활했다.

201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한 말레이시아 이슬람 운동가가 '위구르 구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201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 한 말레이시아 이슬람 운동가가 '위구르 구하라'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중국의 ‘위구르 수용소’ 관련 소수 민족 탄압정책은 2014년 전후 자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장이 공개한 2015년 중국 당국 문건에는 ‘대테러전 관련 보고를 듣고 시진핑 주석이 지침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CNN은 전했다. 당시 ‘갱생 교육’을 이유로 위구르족 무슬림을 강제 수용한 뒤 인권을 억압했고, 여전히 수십만 명의 위구르 인들이 수감돼 있다는 게 국제 인권단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잇따른 인권 탄압 지적에 반박하고 있다. 이날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 회의에서 “신장에 제기된 이른바 '종족 말살' 주장은 미국 전 행정부가 악의적으로 꾸며낸 세기의 거짓말이자 정치적 음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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