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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맞춰 50대 상무님도 슈팅게임, 임원 교육도 메타버스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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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전국에서 근무하는 20~50대 임직원 430여명이 참여하는 게임 대회를 열었다. 종목은 1인칭 슈팅 게임인 ‘모바일 배틀그라운드’와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등 4종. 2주간 열린 ‘세븐컵 e스포츠대회’에는 430여명이 150여개팀을 꾸려 참가했고, 이 중 29~35살 영업관리직 네 명으로 구성된 대전충북3팀 등 4팀이 우승컵과 20만~100만원의 상금을 차지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본사에서 임직원 게임대회 '세븐컵 e스포츠대회' 결승전이 중계되고 있다. [사진 코리아세븐]

지난달 말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본사에서 임직원 게임대회 '세븐컵 e스포츠대회' 결승전이 중계되고 있다. [사진 코리아세븐]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 확산과 이른바 ‘MZ세대’(1980~2004년 출생) 직원이 늘어나면서 기업문화의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다른 업계에 비해 젊은 직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유통업계가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기존의 단체 산행이나 야유회, 체육대회 대신 가상공간에서 게임대회를 여는가 하면 교육, 결재, 소통 방식 등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임직원 교육은 메타버스가 대세  

세븐일레븐 2020년도 신입사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통해 입문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코리아세븐]

세븐일레븐 2020년도 신입사원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통해 입문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 코리아세븐]

임직원 교육이 기업문화 중에서도 가장 달라진 분야로 꼽힌다. 5일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을 활용해 2020년도 신입사원 입문교육과 간부사원 리더십 과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게더타운은 화상회의와 결합한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용자는 2D 공간에서 캐릭터를 움직여 물체와 상호작용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음성 대화를 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이 교육과정을 위해 만든 게더타운 공간에는 강의실뿐만 아니라 탕비실, 정원 등도 마련됐다. 수강생들이 쉬는 시간에 따로 얘기를 나누거나 이곳저곳을 둘러볼 수 있게 만든 거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지난달 게더타운에 ‘BGF 가상현실 교육센터’를 열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BGF교육센터를 실제와 똑같이 구현했다. 교육 과정 중에는 화상으로 음성과 시청각 자료를 지원해 강의·발표·실습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고, 휴식 시간에는 온라인 게임도 할 수 있다. 최근엔 20여개 팀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팀 단위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BGF리테일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팀 단위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페토 내 'CU제페토 한강점' 모습. [사진 BGF리테일]

BGF리테일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팀 단위 워크숍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페토 내 'CU제페토 한강점' 모습. [사진 BGF리테일]

결재판 없애고 소통은 모바일로 

대면 위주였던 업무 소통 방식도 바뀌었다. 롯데온을 운영하는 롯데e커머스는 채팅형 업무 협업 도구인 ‘슬랙’을 도입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고 있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슬랙에서 만들어진 롯데e커머스 직원들의 채널만 6000개 이상으로, 올라온 게시물(포스트)은 250만개가 넘는다. 가장 글이 많이 올라오는 채널은 ‘롯데온에서 사고 싶어요’, ‘이런 아이디어 어때요’로, 상품 소싱 및 일하는 방법, 구매 경험 등에 대해 주로 이야기가 이뤄진다.

결재판을 없앤 곳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보고 문화 개선을 위해 2만여 개의 결재판을 폐기하고 사내 온라인·모바일 업무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보고하고 결재를 받을 수 있는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재 양식도 기존 틀에서 벗어나 핵심 내용 5~6줄로만 보고할 수 있게 해 문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였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4월부터 시행한 간편 보고 시스템. 결재판을 없애고 사내 온라인 및 모바일 업무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보고하고 결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지난 4월부터 시행한 간편 보고 시스템. 결재판을 없애고 사내 온라인 및 모바일 업무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으로 보고하고 결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사진 현대백화점]

'워라밸' 좇는 MZ세대 경제활동 주축 

이 같은 기업문화 변화 배경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MZ세대가 핵심 경제활동 인구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실제로 서울시 조사 결과, 지난해 MZ세대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7.2%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66.3%)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조사에서 MZ세대는 지난해 기준 ‘더 좋은 직장이 나오면 언제라도 이직하겠다’와 ‘수입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여가를 더 갖고 싶다’는 문항에 각각 10점 만점에 7.14점과 6.7점을 줬다. 둘 다 서울 시민 평균보다 높은 수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MZ세대들이 경제활동의 주류로 올라서면서 접점 확대를 위해 다양한 대내외 소통 활동을 하고 있다”며 “다양한 콘텐트와 프로그램들을 통해 친근하고 젊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MZ세대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려 한다“고 말했다. 맹창주 롯데온 조직문화TF팀장도 "최근 온라인 환경이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 이에 얼마만큼 유연하게 대처하느냐가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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