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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할머니의 손주 유학자금, 세금폭탄으로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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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현진의 세금 읽어주는 여자(17) 

자식이 공부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기쁜 것이 손주가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 공부를 잘해 미국으로 유학간 손주가 기특해 A씨는 월 800만~1000만원씩 4년간 지원해줬다. 그 과정에서 증여세 신고는 없었다. 누군가에게 듣기로 세법에서는 생활비, 교육비와 같은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지원해준 유학자금처럼 사회 통념상 인정되지 않는 생활비나 교육비에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사진 pxhere]

할머니가 손주에게 지원해준 유학자금처럼 사회 통념상 인정되지 않는 생활비나 교육비에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사진 pxhere]

할머니가 손주에게 지원해준 미국 대학 유학자금이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손주가 사랑스러워 지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더라도, 사회 통념상 인정되지 않는 생활비나 교육비에는 증여세가 부과된다.

세법에서 정의하는 증여는 타인에게 그 행위의 목적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직접적이나 간접적인 형태로 대가를 받지 않고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다른 사람의 재산가치 형성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국민정서상 가족은 한 몸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세법에서는 타인이다.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일부의 항목인 이재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이와 유사한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제외하면 가족끼리 주고 받아도 증여세를 낼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서는 축하금, 부의금과 같이 한국 정서상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혼수로서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증여세 과세 재산에서 제외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5조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의 범위 등】

④ 법 제46조 제5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을 말한다. (2010. 2. 18. 개정)

1. (삭제, 2003. 12. 30.)
2. 학자금 또는 장학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 (1996. 12. 31. 개정)
3. 기념품ㆍ축하금ㆍ부의금 기타 이와 유사한 금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1996. 12. 31. 개정)
4. 혼수용품으로서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 (1996. 12. 31. 개정)

(일부 하략)

손주를 우선적으로 부양할 지위에 있는 자녀에게 유학자금을 지원할 경제적 능력이 충분했고, 손주가 재산이 있어 대학교 등록금, 생활비 등 유학자금을 감당할 수 있다면, 실제로 그 금액이 유학 기간에 생활비나 교육비로 사용되었더라도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로서 증여세 비과세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이 있다.( 서울행정법원2020구합82185, 2021.07.13.)

민법 제974조 제1호는 ‘직계혈족인 친족은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1차적인 부양의무는 특별한 경우가 없는 한 부모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자녀에게 유학자금을 지원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고 인정된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B씨는 마음이 무겁다. 손주의 교육문제와 더불어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손주와 이민 간 자녀가 사업실패를 하여 미국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난 이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으나 5년의 고생 끝에 누적된 적자로 폐업을 했다고 한다. 손주라도 다니는 대학을 졸업하게끔 하려고 유학자금 및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이마저도 마음이 편치 않다.

생활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도 그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여 주식 투자를 한다든지, 정기예금이나 저축에 가입한다면 증여세가 과세 될 수 있다. [사진 pxhere]

생활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도 그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하여 주식 투자를 한다든지, 정기예금이나 저축에 가입한다면 증여세가 과세 될 수 있다. [사진 pxhere]

B씨의 손주에게 지원해주는 생활비나 유학자금은 증여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았다. 손주가 B씨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받은 쟁점증여재산이 증여인의 부양의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했을 때, 사실관계에 비추어 부모의 경제상황이 어려워 자녀의 부양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청구인이 교육비 명목으로 증여받은 쟁점증여재산은 비과세되는 증여재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법원은 “청구인의 부가 매출 부진과 누적된 적자로 법원에 파산신청한 점을 볼 때 증여일 시점에 청구인의 부는 부양능력이 없어 증여인이 청구인의 교육비를 증여한 것으로 보이고, 별도세대를 구성하고 있다고 하여 증여인이 부양의무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음”이라고 결정했다.(심사증여2019-0035, 2020.03.25.)

생활비나 교육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도 그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해 주식 투자를 한다든지, 정기예금이나 저축에 가입한다면 증여세가 과세 될 수 있다.

결혼 축의금이나 부의금과 같이 한국 정서상 인정되는 금전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과세 되지 않는다. 결혼 같은 인류지대사에 상부상조하려는 관습에 증여세를 매기지 않았다.

결혼할 때 부모로서 예물이나 예단을 신경 쓰게 마련이다. 이불 한 채, 반상기, 은수저를 보내야 기본적인 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결혼 예단이나 예물도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준이라면 증여세 과세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혼수 정도의 돈도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하고, 자녀가 그 돈을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 하지 않는다. 이 혼수에는 호화, 사치 용품이나 주택, 차량, 전세자금이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지 않고,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의 관계나 경제적 상황, 연령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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