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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부는 버스기사 안뽑겠다" 성희롱당한 女기사에 이런 막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고지에 주차된 시내버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차고지에 주차된 시내버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앞으로 여자는 절대로 채용하지 않겠다” “과부는 버스기사로 안 뽑겠다”며 엄포를 놓은 버스회사 대표이사와 회사 측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회사 대표와 회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해당 발언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2심의 결론을 다시 한번 인정했다.

반복적ㆍ일상적 성희롱에 시달린 여성 기사들

여성 버스기사 A씨와 B씨는 각각 2009년과 2011년에 버스회사에 입사했다. 적지 않은 기간 회사에 다녔음에도 남자 동료들 사이 A씨와 B씨에 대한 무분별한 성희롱은 여러 차례 발생했다. 이 회사에는 140명의 버스 기사가 재직 중이었는데 여성 버스 기사는 단 7명이었다.

한 남자 동료는 “A가 다른 동료와 성관계를 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다른 남자 동료는 “A가 몇 명의 남자와 사귄 지 아느냐, A때문에 몇 사람이 A가 속한 노조에 들어갔다”는 말을 퍼뜨렸다. 또 다른 동료는 A씨에 대한 성희롱성 사내 소문을 A씨에게 직접 전하며 사실이냐고 묻고 “행실을 똑바로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발언은 업무가 끝난 뒤 회식 자리 등에서 공공연히 이뤄졌다.

A씨와 B씨는 남성 동료들의 지속된 성희롱에 대해 회사 측과 고용노동부에 문제를 제기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성희롱 발언을 한 몇몇 직원들에 대해 징계 절차를 이행하라고 회사 측에 지시했다. 회사는 일부 직원에게 무급 직무정지 7일이란 징계를 했지만, 성희롱에 가담한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도 않았다.

대표이사 “과부는 기사 안 시킨다”엄포

회사 측이 성희롱 피해자인 A씨와 B씨의 문제 제기에 대응한 태도도 문제가 됐다. 대표이사 C씨는 사후 조치에 대해 논의하다 “내가 앞으로 과부는 절대 안 뽑는다”고 말하거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회사에서는 다시는 영원히 여자들을 안 쓴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항의하자 다른 직원을 불러 “봐라, 앞으로 여자들은 누구든 쓰지 마라. 한놈도 쓰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A씨 등은 직접 명예훼손 발언을 한 동료들에 대한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에 나서는 한편, 이들을 고용한 회사 측과 대표이사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했다. 사용자 책임은 물론, 대응 과정에서의 2차 가해도 위법하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별도로 진행된 형사고소에서 A씨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동료들에게 명예훼손죄가 인정돼 벌금형이 확정됐다.

A씨 등의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 대해 회사 측은 “2차 가해를 한 적 없고, 남자 직원들의 성희롱은 근무장소 외에서 일어난 일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1ㆍ2심 “성희롱 맞다…회사 대응도 위법”

법원은 회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 측이 성희롱 문제 제기에 대응하면서 “앞으로 여자는 쓰지 않겠다”는 등의 언동을 한 것은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가 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해당 발언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신고한 것을 비난한다고 느끼게 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도 배척됐다. 법원은 “이동이 잦은 버스기사들 사이에서 일상적·반복적으로 일어난 일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피고측 주장을 일축했다. 1ㆍ2심은 앞서 성희롱 발언을 한 기사들의 민사 손해배상액 등을 고려해 회사 측이 A씨에게 1322만여원, B씨에게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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