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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모양 몇개는 떼기 쉽게" 이정재가 핥은 달고나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일 오후 6시. 혜화역 2번 출구 앞,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달고나를 납품한 업체의 달고나를 직접 맛보러 온 손님들의 대기줄이다. 정희윤 기자

지난 4일 오후 6시. 혜화역 2번 출구 앞,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달고나를 납품한 업체의 달고나를 직접 맛보러 온 손님들의 대기줄이다. 정희윤 기자

비바람이 불던 지난 4일 오후 6시. 혜화역 2번 출구 앞 노란색 천막 뒤로 20명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달고나를 만들어 납품한 업체의 달고나를 먹어보기 위해서다.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 뽑기는 두 번째 게임으로 등장한다. 세모, 동그라미, 별 그리고 우산 모양을 선택해 제한 시간 10분 만에 모양을 완벽하게 떼어내지 않으면 탈락이다.

끊임없는 대기에 “8시간째 화장실 한 번 못 가”

혜화역 2번 출구 앞, 달고나 납품업체 '세계로 달고나'의 팀장 안세환(37)씨. 안씨는 대학로 노점 및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희윤 기자

혜화역 2번 출구 앞, 달고나 납품업체 '세계로 달고나'의 팀장 안세환(37)씨. 안씨는 대학로 노점 및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정희윤 기자

대기 2시간이 지난 오후 8시쯤, 기자는 천막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달고나를 만드는 사람은 달고나 납품업체 ‘세계로 달고나’의 팀장 안세환(37)씨였다. 안씨는 “오늘 12시에 오픈했는데 화장실을 한 번도 못 갔다”며 “물 한 병 마신 게 다인데 손님들이 계속 기다리고 계셔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일기 예보 상 이런 인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안씨는 “장난이 아니다”라며 “사무실에서 전날 300개를 만들어와서 매대에 진열했는데 약 1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답했다. 그 후 8시간째 화장실도 못 가고 달고나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6월 납품 의뢰…“우산 모양 몇 개는 떼기 쉽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이정재가 달고나를 핥아 녹이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이정재가 달고나를 핥아 녹이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8년 동안 달고나를 만들어왔다는 안씨로부터 ‘오징어 게임’에 달고나를 납품하게 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씨는 지난해 6월 오징어 게임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로부터 달고나 납품을 의뢰받아 약 1000개를 제작했다. 두 명이 이틀에 걸려 만들었다고 한다. 안씨는 “그때는 어떤 내용인지 몰라서 왜 이렇게 많이 필요할까 궁금했었다”고 말했다.

제작사가 이들에게 주문한 사항은 ▶틴 케이스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와 얇기 ▶빛에 노출했을 때 뒷면이 조금 비쳤으면 좋겠으며 ▶우산 모양 달고나 중 몇 개는 떼어내기 쉽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주인공인 배우 이정재씨가 가장 어려운 모양인 우산을 택하기 때문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아내와 함께 드라마를 정주행했다는 안씨는 “달고나 게임 장면이 나왔을 때 자부심이 느껴졌다”며“남들이 인정 안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뿌듯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의 인기도 실감 중이라고 한다. 안씨는 “며칠 전 미국 사람이 와서 달고나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는데, 영어를 잘 못 해서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달고나 뽑기를 해볼 수 있는 ‘오징어 게임’ 체험관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한국의 뽑기가 다른 나라에 알려지는 게 제 목표였는데, 그 목표에 한발 다가간 것 같아서 너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기가 오겜 달고나?” 사람들은 끝까지 기다렸다

지난 4일 오후 6시 40분쯤, 혜화역 2번 출구 앞 '세계로 달고나' 천막 사진. 천막 옆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달고나를 만들어 납품할 당시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정희윤 기자

지난 4일 오후 6시 40분쯤, 혜화역 2번 출구 앞 '세계로 달고나' 천막 사진. 천막 옆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달고나를 만들어 납품할 당시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정희윤 기자

기자가 대기하는 2시간 동안 “여기가 오징어 게임 그 달고나 업체냐”, “이걸 언제 다 기다리냐”며 천막 앞에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대기하는 줄은 쉽사리 줄지 않았다. 거리 두기 방역수칙으로 인해 천막 안에는 두 명이 앉아 뽑기 체험을 할 수 있었고, 달고나 1개를 만드는 데 약 2분 30초에서 3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오후 7시 30분쯤 안씨는 잠시 달고나 만들기를 멈추고 천막 밖으로 나와 손님들에게 “지금 계신 손님들까지만 받고 이후에 오시는 손님들은 죄송하지만 돌려보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시각 약 20명의 손님이 천막 뒤로 줄을 서 있었다. 이에 자녀 두 명을 데리고 온 한 부부는 “누가 뽑기 집에서 이렇게 줄 서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친구와 함께 온 중학생 임모(16)양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좋아하던 간식인데,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여기서 팔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임 양은 부모님과 함께 드라마를 다 봤다고 한다. 옆에 있던 김모(16)양은 “요즘 주위에 안 보는 친구들 없다”며 “부모님께 허락받고 같이 본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보통 어르신들이 달고나를 만들기 때문에 어느 순간 대가 끊기는 시점이 올 거라고 생각해 이 업에 뛰어들었다”며 “이제 전 세계인이 달고나라는 음식을 알았으면 좋겠고, 세계가 인정하는 ‘달고나 업체’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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