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정산 땐 피가 마른다” 인건비 지원금 끊긴 자영업자. 왜

중앙일보

입력 2021.10.05 05:00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50대 자영업자의 서울 마포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50대 자영업자의 서울 마포 맥줏집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모와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이젠 인건비 지원금마저 중단한다. 월말 정산 때가 되면 피가 마른다.”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이준성(가명)씨의 한탄이다. 이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면서 최근 시간제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조정했다. 그러자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일자리안정자금 대상자에서 제외됐다는 통보가 날아왔다고 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고자 사업주에게 인건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씨는 “주 10시간 미만 근로자의 경우엔 일자리안정자금을 지급하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근무시간을 고의로 줄였나. 코로나로 정상 영업이 힘들어져서가 아닌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근로자 근무시간 줄어 급여 적게 나가면 최저시급 위반 아니냐고 근로복지공단이 확인 문서까지 보낸다”라며 “매번 자영업자만 죄인 취급한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호프집. 뉴시스

코로나19로 인해 텅 빈 호프집. 뉴시스

“지원 끊겨 이중고” vs“기준 완화한 것” 

일자리안정자금을 둘러싸고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집합금지나 영업제한 등 코로나19에 따른 특수 상황에서도 예외 인정 사유가 반영되지 않는다면서다.

일자리안정자금은 두루누리사회보험 등의 사업자 정책지원금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두루누리사회보험은 영세 사업주와 소속 근로자의 사회보험료(고용보험·국민연금)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이 끊기면 같이 중단된다. 경기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일자리안정자금과 두루누리사회보험이 함께 끊겨 부담 커졌다”며 “국가로부터 각종 지원은 받지 못하게 됐는데, 아르바이트생들은 보험료 보전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이중·삼중고”라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측은 지급 대상 요건이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사업 담당자는 “근로 시간대별로 차등 지원하고 있는데, 주 10시간 미만 근무까지 지원하는 건 과하다는 게 중론”이라며 “주 15시간 미만은 4대 보험 의무가입 대상자도 아니다. 최대한 지원금 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5시간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담당자는 “정부로선 정해진 요건에 어긋날 경우 지원금을 중단하는 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전국자영업자비대위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반발해 전국동시차량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자영업자비대위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에 반발해 전국동시차량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제 실패하자 급조” 비판도

애초 일자리안정자금은 실패한 최저임금 제도를 덮기 위한 한시적 정책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은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렸다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반발하니 만들어진 시한부 제도”라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코로나19로 손해 입은 자영업자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계속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최저임금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며 “최저임금제를 일괄 적용하는 게 아닌 기업 규모나 산업·생산성 차이에 따라 탄력 운영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영세 사업자에 대한 구제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기석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사업주는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주와 그의 가족들이 직접 일하며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인건비도 제대로 못 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 대표는 “자영업자는 고정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제로가 아닌 마이너스에서 시작한다고 봐야 한다”며 “최소생계비를 지원해달라는 의견을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 피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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