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대장동 특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이 수사팀 출범 나흘 만에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가법 뇌물 혐의로 구속했다. 대장동 특혜 의혹 구속 1호다. 신속한 수사라는 평가가 있지만 야당에선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위한 ‘꼬리 자르기’ 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지사 측에선 유 전 본부장은 측근이 아니라고 한다. 이번 대선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검찰 수사의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
유동규 ‘꼬리 자르기’ 對 ‘측근 아니다’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은 8억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받았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뇌물수수 혐의는 윗선과의 연결고리가 약하다고 본다. ‘개인적 일탈’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쉽기 때문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유 전 본부장에 대해 2021년 1월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을,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때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 정모씨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뇌물 혐의는 유 전 본부장 선에서 혐의가 매듭지어지기 쉽다. 실제로 유 전 본부장 측은 “노후 대비용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 등이 필요해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며, 녹취록에 나오는 수익 분배 관련 논의는 농담처럼 던진 말”이란 취지로 해명했다.
지난달 29일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한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도 논란거리다. 검찰은 이날 “체포된 이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유씨는 압수수색 전날 창밖으로 던졌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휴대전화 판매업자에게 맡겨놓았다고 하면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씨 휴대전화는 필수 증거 중 하나다. 그 내용에 따라 대장동 개발사업 윗선이나 정‧관계 로비로 확대될 수 있느냐가 판가름날 수 있다. 일각에선 검찰이 이를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은 수사 의지가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곽상도 아들 50억 필두로 한 檢 칼끝은
법원이 뇌물 혐의를 받는 유 전 본부장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검찰은 ‘뇌물 공여자’로 알려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소환 일정도 앞당길 전망이다. 김씨는 경찰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 4월 포착한 화천대유의 80억원대 수상한 자금 흐름에 관해 한 차례 참고인 조사만 받았을 뿐 아직 검찰 조사는 받지 않았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역시 불가피할 것이란 기류가 높다. 한 법조계 인사는 “유 전 본부장이 구속된 만큼 공여자인 김만배씨에게도 유사한 처분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이동열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검사장급 전관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했다.
수사팀의 다음 수순은 화천대유가 수천억원의 특혜 이익을 얻도록 비호한 고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의혹을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는 사퇴 의사를 밝힌 곽상도 의원에 대한 수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대리직급으로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영장에 곽 전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아들 곽씨를 참고인으로 적었다고 한다.
천화동인 5호 대주주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달 검찰에 제보한 녹음 파일 19개와 자술서 등에 로비 정황이 언급된 여야 정치인·법조인·언론인들도 다음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을 향한 수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사업과 관련 유 전 본부장은 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개인 투자자 7명에 수천억원 이익을 몰아주는 수익 배분 구조를 설계해 결과적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미다. 특히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성남시 100% 출자로 설립된 만큼 유씨가 독단적으로 결정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성남시장은 이재명 지사였다.
이재명 "한전 직원 뇌물 받으면 대통령 사퇴하나"
이 지사는 이날 유 전 본부장이 자신의 측근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측근의 기준이 뭔지 정해주면 부합하지는 알아보겠다. 무리하게 엮지 말라”며 “휘하 직원의 일탈에 대해 사퇴하면 대한민국 모든 공직자가 다 사퇴해야 한다. 한전 직원이 뇌물 받고, 부정행위를 하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로 선을 그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