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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침향, 기력 회복·심신 안정에 효과…활성산소 줄여 뇌 건강에도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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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침향나무 수지 약재로 효능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부터는 컨디션이 떨어지고 잔병치레를 하기 쉽다. 각별한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이때는 처진 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로부터 기력 회복에 최우선으로 쓰여온 약재가 ‘침향’이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염주가 침향나무로 만들어졌고, 불상 앞에서 피우는 향이 침향이다. 성경과 삼국지연의 등에는 침향의 항균·방충 효과 때문에 귀하게 여겨왔다고 기록돼 있다. 이런 침향은 체질적인 기력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원산지인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한·중 전통 의서에 다양한 기록 있어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세균·곰팡이에 감염됐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지(樹脂·나뭇진)가 짧게는 10~20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굳어진 것이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침향은 약재로서 재탄생한다.
한의학에서도 침향은 중요한 약재로 다뤄진다. 우선 침향은 체내의 기운을 잘 다스리는 약재(이기약·理氣藥)로 통한다. 특히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리는 성질이 있다. 또 몸에서 잘 배출되지 못하는 것을 개선하는 데도 탁월하다.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과 기운을 콩팥으로 모아 단단하게 하고 잘 배출시키는 효능이 침향에 있다고 본다.

침향에 대한 효과는 역사 속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의서 등에는 침향의 이런 성질을 활용한 다양한 처방 기록이 남아 있다. 『고려도경』에 따르면 송나라의 신종이 1079년 당시 중풍을 앓고 있던 문종(고려 11대 왕)의 질병 치료를 위한 약품 중 하나로 침향을 보냈다고 한다. 당시 중국에서도 이미 침향을 귀하게 여겼다. 송나라 의서 『본초연의』에는 “침향이 나쁜 기운을 제거하고 치료되지 않은 나머지를 고친다. 부드럽게 효능을 취해 이익은 있고 손해는 없다”고 기록돼 있다.

실제로 구체적인 침향의 용도와 함께 임상에 사용된 기록도 있다. 명나라 본초학 연구서 『이시진』에는 “침향을 상체에 열이 많고 하체는 차가운 상열하한(上熱下寒), 천식·변비, 소변이 약한 증상 등에 처방한다”고 쓰여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침향은 우수한 약재로 여겨졌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침향에 대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면서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해준다”고 적었다.

침향은 심신 안정에도 효과적이다. 명나라 의서 『본초강목』에는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주며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한다.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침을 가라앉히고 가래를 제거한다”고 기록돼 있다. 침향은 구토·기침·천식·딸꾹질을 멈추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복부 팽만이나 변비 등 소화 장애, 소변이 약한 증상, 천식, 정력 증강에도 효과적으로 두루 쓰였다.

침향, 뇌 면역세포 과활성 억제

침향이 이처럼 다양한 효과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현대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첫 번째 핵심 성분은 ‘베타셀리넨(β-Selinene)’이다. 베타셀리넨은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만성 신부전 환자가 침향을 섭취했을 때 식욕부진과 복통, 부종 등의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두 번째는 ‘아가로스피롤(Agarospirol)’이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성분이다. 아가로스피롤은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리며, 불면증 극복에도 도움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침향이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국제분자과학회지 온라인판에는 대전대 대전한방병원 동서생명과학연구원 이진석·손창규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수컷 쥐 50마리를 10마리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은 한 그룹을 제외하고 네 그룹에 매일 6시간씩 11일 동안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침향 추출물의 농도를 달리해 투여했다. 그리고 쥐의 뇌 조직과 혈청을 적출해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스트레스 호르몬) 및 뇌 해마의 손상도를 비교했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분석 결과, 일반 쥐의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는 스트레스를 받기 전보다 5.2배 증가했다. 그런데 침향 추출물을 높은 농도(80㎎/㎏)로 투여한 그룹은 뇌의 활성산소가 가장 현저하게 줄었다.

혈중 코르티코스테론 농도도 유의하게 감소해 실험 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됐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는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활성화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생성된 염증이 뇌의 산화적 손상을 일으키는데, 침향 추출물이 미세아교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이러한 손상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즉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을 침향이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다만 침향도 ‘과유불급’이다. 적정량 섭취가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확인한 침향 배합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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