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건강한 가족] 1년에 체중이 5% 이상 빠졌나요? 면역력·질병 위험 신호입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5 00:04

업데이트 2021.10.0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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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체중 감소의 경고

 일부러 식사량을 줄였거나 활동량을 늘리지 않았는데도 이유 없이 체중이 줄었다면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건강의 위험 요인이다.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체중 감소는 최근 1년 이내 평상시 체중의 5% 이상 줄어든 경우다. 예를 들어 체중이 60㎏인 사람이 의도하지 않게 3㎏ 이상 줄어든 것을 경험한 때다. 본인의 체중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경우도 많으므로 평소 입었던 옷이나 벨트가 헐렁해졌다면 지나치지 말고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체중 감소가 위험한 이유는 면역력 감소에서부터 사망률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체중이 10% 이상 줄어들면 단백질과 열량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감염에 취약해진다. 또 근육 부족으로 폐렴과 골절 위험이 커진다. 특히 노인의 체중이 줄어들면 욕창 같은 심한 상처가 잘 생기고, 회복이 더디다. 기운이 없고 다치기도 쉬워 고관절 골절 위험도 커지는데 이는 곧 사망 위험을 높인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신진영 교수는 “체중 감소는 다양한 질병 때문에 생기는 증상일 수도 있지만, 치과 치료나 활동량 증가 등 생활의 변화 때문이거나 뚜렷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 자체는 건강 위험 요인이므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암 이외 우울증·치아 등 다양한 원인

일반적으로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암 같은 악성 종양이 원인인 것으로 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아져 체중이 빠진다. 실제로 악성 종양은 체중 감소 원인의 19~36%를 차지한다. 체중 감소의 60% 이상은 악성 종양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생긴다.

궤양 등 소화기 질환으로 소화·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정신·심리적 이유로 신경성 식욕부진이 있을 때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갑상샘기능항진증과 당뇨병 같은 내분비계 질환, 염증성 폐 질환 등이 원인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소변량이 늘고, 자주 허기지면서 체중이 급격히 줄면 당뇨병의 신호일 수 있다. 식욕이 왕성해 음식을 충분히 먹는데도 체중이 줄고 손발 떨림이 동반되면 갑상샘기능항진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갑상샘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음식을 충분히 먹어도 체중이 감소한다. 신 교수는 “체중 감소와 흉통, 호흡곤란이 나타나면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결핵 등을 의심할 수 있다”며 “체내 염증이 생기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염증에 대항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60세 이상에서는 치매·우울함이나 약물 부작용, 치아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씹는 게 불편해지고 활동량이 줄면서 음식 섭취가 감소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항생제·항우울제·당뇨병제(메트포르민)·신경안정제는 식욕부진과 연관이 있다. 항히스타민제와 이뇨제 등은 구강 건조를 유발하고 고혈압 약물과 철분제, 통풍 치료제도 미각·후각에 영향을 미쳐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 수 있다. 신 교수는 “60세 이상에서 체중 감소는 지병이나 약물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하지만 노년층은 식욕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해 방치하다 병원을 늦게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식사·운동 점검, 단백질 섭취 늘려야  

체중 감소의 원인 질환이나 문제를 찾으면 그에 대한 치료나 교정을 하면 된다. 신 교수는 “병원에서는 우선 체중 감소량과 기간을 확인해 의미 있는 체중 감소인지 판단하고, 원인을 찾는 검사를 한다”며 “설사 등 배변 습관의 변화, 혈액검사, 암이 의심될 경우 증상 부위에 따라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평소 식사량과 종류, 섭취 빈도, 조리 방법 등과 운동량의 변화도 확인한다

하지만 다양한 검사와 추적 관찰을 해도 환자의 4분의 1은 체중 감소의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여도 체중 감소로 인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 알코올 섭취와 운동량 등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적정 열량과 단백질 섭취에 부족함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신 교수는 “체중 감소의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엔 조리법에서 열량을 높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기 위해 물 대신 우유·오일을 넣거나 달걀을 하루 2개 정도 섭취하는 식단을 실천하도록 한다”며 “3개월 정도면 더는 체중 감소가 나타나지 않고 다소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가루 형태의 단백질 보충제는 간 수치 상승과 관련 있을 수 있으므로 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단백질 섭취와 함께 근력 운동도 병행해야 한다. 체중이 회복된 후 근육·지방이 늘어나는 비율은 운동에 따라 결정된다.

고열량 음료와 같은 액상 영양보충제를 식사 사이에 섭취하면 그다지 배부른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체중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식욕 자체가 지나치게 적은 경우 처방에 따라 식욕 촉진제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신 교수는 “최근 근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체중 감소로 인한 근감소증을 염려하는 환자도 많다”며 “1년간 5%의 체중 감소가 아니어도 이유 없이 살이 빠졌다면 조기에 진료를 받아보고 본인에게 맞는 대처법을 조언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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