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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만사 귀찮고 다리 가늘어졌나요? 노화 문제 아닐 수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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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쇠 막는 수칙

근육·뇌쪽 노쇠 맨 먼저 발생
60분 코스 운동 주 2회 좋아
생선·달걀·육류 등 자주 섭취 

나이가 들면서 무기력해지고 살이 물렁물렁해질 때 단순히 ‘노화’ 현상이려니 하고 여겨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또래보다 유독 이런 증상이 심하다면 노화가 아닌 ‘노쇠(老衰)’일 수 있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노화는 막을 수 없지만 노쇠는 막을 수 있다”며 “노쇠는 젊을 때부터 적금을 든다고 생각하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노쇠는 무엇이고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노쇠의 정의와 노쇠 막는 수칙을 알아본다.

노화와 노쇠는 엄연히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는 “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구조·기능이 점차 퇴화하는 정상적인 과정으로 모든 신체 영역에서 서서히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노쇠는 신체 기능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급격히 떨어진 비정상적 상태로, 신체 노쇠가 발생하면 신체 안팎의 작은 스트레스에도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보건복지부의 ‘한국 노인 노쇠 코호트 구축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만 70~84세 노인 1469명 가운데 노쇠 유병률은 10.8%, 노쇠 전 단계 유병률은 48.5%로 나타났다.

 노쇠의 원인은 다양하다. 근감소증,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심부전·빈혈 등 심폐 기능을 제한하는 질환, 다발성 근육통이나 파킨슨병 등 근육의 기능을 저하하는 질환 등은 신체의 활동 능력을 떨어뜨려 노쇠를 부른다. 또 음식 섭취량 감소에 따른 체중 감소,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만성 통증, 약물 복용으로 인한 졸림·진정 등 부작용은 신체 활동을 방해해 노쇠를 부추길 수 있다.

불완전한 회복→장애·사망 위험↑

노쇠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불완전한 회복’이다. 예컨대 노쇠한 노인이 수술을 받았거나 외상을 입으면 상처 부위가 잘 아물지 않고 회복이 더디며 흉터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원 교수는 “노쇠한 노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폐렴 등으로 입원해 와병 생활을 3주 이상 지속하면 노쇠하지 않은 노인보다 신체 기능이 급격히 나빠져 장애나 치료 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사망 가능성도 높인다”고 경고했다. 노쇠는 삶의 질도 크게 떨어뜨린다. 노쇠한 사람은 식사하기, 옷 갈아입기, 장 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일상에 지장을 주는 신체 장애 발생률이 일반인의 2~4배, 치매 발생률은 2배, 요양시설에 입소할 위험은 6배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노쇠를 알리는 5대 신호가 있다. ▶체중 감소 ▶근력 저하 ▶극심한 피로감 ▶보행 속도의 감소 ▶신체 활동량의 저하 등이다. 장 교수는 “예전과 달리 극심한 피로감, 무기력증에 시달리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팔다리 근육이 줄었다면 노화의 과정인지, 노쇠의 과정인지 구별해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쇠 증상은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서 흔하지만 보행 속도의 감소를 제외하면 청장년층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날 수 있다. 원 교수는 “나이와 관계없이 평소 또래보다 피로함·무기력함을 느끼는 정도가 심하거나 악력이 너무 약하고 특별한 원인 질환을 못 찾았다면 노쇠나 전(前) 노쇠일 수 있으므로 노인의학센터나 노년내과 전문의를 찾아 악력 검사 등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노쇠가 의심된다면 생활습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노쇠의 호발 부위가 따로 있다. 원 교수는 “사람마다 노쇠가 빨리 찾아오는 부위가 다를 수 있지만 보통은 근육·뇌의 노쇠가 가장 먼저 발생하며 뼈, 눈(시력)·귀(청력) 등 감각기관, 심장·폐 등 호흡기관에서도 노쇠가 생겨날 수 있다”며 “노쇠 호발 부위만 잘 관리해도 노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육·뇌 관리가 노쇠 예방 핵심

노쇠를 막는 첫 번째 수칙은 ‘근육 강화’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 생성량은 줄고 분해량은 늘어나는 게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지만, 근육에 노쇠가 발생하면 이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체중이 빠르게 줄고 보행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질 수 있다. 팔보다 다리의 근육이 더 잘 소실돼 걸을 때 넘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등 낙상 사고의 위험도 높인다. 스쿼트·플랭크 등 하체 근력 운동 20분, 한 발로 서있기 등 균형 운동 20분, 빨리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 20분 등 60분 코스의 운동을 주 2회 실천하는 게 권장된다.

 둘째는 ‘뇌 기능 유지’다. 뇌의 노쇠는 보통 전두엽에서 시작한다. 전두엽이 노쇠하면 인지 기능과 운동 능력, 보행 능력이 떨어진다. 뇌의 기능은 근육량과 밀접하다. 근육량이 적을수록 신체 활동량이 줄고 뇌로 가는 산소·영양소가 줄어 뇌의 노쇠를 가속하는 데다, 전두엽이 노쇠하면 보행 장애를 일으켜 신체 활동량을 줄이고 근육량이 줄어든다. 뇌 노쇠를 막으려면 근육 강화 수칙인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의 병행이 필수다. 고혈압·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위험 인자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친구와 교제하거나 소모임 활동에 참여하는 등 사회활동도 뇌 기능 유지에 중요하다.

 셋째는 ‘골밀도 높이기’다. 뼈도 근육량과 밀접하다. 근육이 부족하면 운동량이 줄고, 다리뼈에 가해지는 자극도 줄면서 골밀도가 줄어들기 쉽다. 관절에 부담이 없는 선에서 다리뼈에 적당한 자극을 주고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 수영, 걷기 등 운동이 권장된다. 이미 노쇠가 진행했다면 실내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화장실에 미끄럼 방지용 매트와 슬리퍼를 비치하고, 보행 시 발에 걸리기 쉬운 이불·카펫 등 물건은 정리한다. 대한가정의학회의 ‘노쇠임상진료지침’에 따르면 노쇠 노인에게는 뼈 밀도를 높이고 골절로 인한 낙상을 막기 위해 칼슘·비타민D의 보충 요법을 권장한다.

 넷째는 ‘시력·청력 유지’다. 원 교수는 “감각기관 중에서는 시력·청력부터 노쇠가 유발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력 손상 시 노쇠 발생 위험은 2.1배, 청력 손상 시엔 1.4배 높아진다. 시력·청력이 떨어진 경우 안과·이비인후과 검진을 받아 원인을 찾고 제거해야 한다. 백내장,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 황반변성 등은 눈의 노쇠를, 뇌혈관 질환과 심혈관 질환, 당뇨병, 흡연, 음주, 소음 등은 귀의 노쇠를 불러올 수 있다. 기저질환을 치료하고 금연·절주하며 소음 환경을 개선하는 등 노쇠 원인을 없애며 시력·청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한다.

 다섯째는 ‘심폐 기능 개선’이다. 심폐 기능이 저하되면 초반엔 피곤한 증상으로 신호를 보낸다. 원인 질환이 없다면 유산소 운동으로 심폐 기능을 높일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은 강도 높은 운동을 했을 때의 최대 심박수를 기준으로 40~70%가 적당하다.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기 등 약간 숨이 차는 정도로 하루 30분씩 주 3회 이상 실천한다. 또 심장·폐 근육의 주재료인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하지 않게 생선·달걀·육류·오징어 등 동물성 단백질도 조금씩 자주 섭취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노용균 교수는 “노쇠에 접어들지 않도록 주치의를 정해 꾸준히 진료받는 것도 방법”이라며 “국내 노인 주치의제도 도입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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