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원인 모를 만성 어지럼증, 항우울제로 줄일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팀 

검사상 이상이 없는 만성 어지럼증의 경우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증상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지럼증은 보통 이석증·전정신경염 등 우리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이상으로 인한 것으로, 이 경우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석정복술이나 약물치료, 재활 훈련을 통해 비교적 쉽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귀나 뇌의 전정기관 기능에는 이상이 없이 3개월 이상 만성적인 어지럼이 있으면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주로 서 있거나 움직일 때, 복잡한 시각 자극에 노출되면 증상이 악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경우 환자들은 붕 떠 있거나 푹 꺼지는 느낌과 같은 다양한 어지럼과 쓰러질 것 같은 자세 불안을 지속해서 경험하며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전정재활 및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이 치료법으로 사용되지만, 약물 중 항우울제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아직 만성 어지럼증에 대한 치료 효과의 근거가 부족한 상태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 교수팀(제1저자 정신건강의학과 민수연 전공의, 공동저자 신경과 김지수 교수)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에서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으로 진단받고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치료받은 환자 197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와 관련 예측 인자를 분석하는 후향적 연구를 시행했다.
 그 결과 12주간의 항우울제 치료를 받은 환자의 65%는 어지럼증이 호전되는 치료 반응을 보였으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 또 어지럼증이 심한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더 뚜렷함을 확인했다.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었는데, 남성의 경우는 연령이 낮고 동반된 불안이 낮을수록, 여성의 경우는 동반 질환이 없을수록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혜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의 경우 저용량의 항우울제 치료만으로도 만성 어지럼증을 경감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특히 성별 및 연령, 중증도, 질환력, 불안 수준 등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복합성 질환인 어지럼증 치료에 있어 환자 맞춤형 다학제 진료시스템의 필요성과 우수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항우울제와 인지행동치료·전정재활 등 비약물 치료의 장기적인 효과와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의 성별 차이 기전에 대한 연구 등을 이어가며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지속적 체위지각 어지럼증에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치료 효과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로, 임상신경학 분야의 국제학술지 ‘신경학저널(Journal of Neurology)’에 게재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