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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7%에 2억7000만원? 토스 ‘대출 빙하기’ 시장 뒤집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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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5일 출범한다. 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연 2.76%다. 사진은 4일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 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5일 출범한다. 신용대출 최저 금리는 연 2.76%다. 사진은 4일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국내에 3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한다. 5일 영업을 시작하는 토스뱅크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앞세워 가입자를 유치한 비바리퍼블리카가 최대주주다. 그동안 토스는 송금수수료 무료 등 적자를 감수한 서비스로 고객을 모은 뒤 ‘록인’(이용자 묶어두기)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지난달부터 토스뱅크는 가입 기간과 예금액에 제한 없이 연 2% 이자를 지급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사전예약을 받았다. 주요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1%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토스뱅크의 조건은 파격적이다. 4일 오전을 기준으로 사전예약 신청자는 105만 명을 넘어섰다.

토스뱅크는 5일 신용대출 상품도 공개한다. 토스뱅크 홈페이지에 따르면 대출 금리는 연 2.76~15%, 최대한도는 2억7000만원이다. 물론 모든 고객이 2억7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원한 토스뱅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말 신용대출 금리를 연 3.13~4.21%로 올렸다. 개인 신용점수 1등급인 고객이 1년 만기로 대출을 받는 경우다. 대부분 은행은 개인 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한다. 인터넷은행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서 예외가 아니다. 케이뱅크는 지난 2일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기존의 2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까지 신규 마이너스통장 대출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은행의 신용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이 토스뱅크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자본금(2500억원)을 고려하면 토스뱅크는 많게는 3조원가량을 고객들에게 빌려줄 수 있다. 실제 대출액은 이 금액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토스뱅크가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가계 신용대출 목표액은 4693억원이다.

토스뱅크에서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를 단순 비교하면 예대마진은 0.76~13%포인트다. 하지만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선 큰돈이 몰렸다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은행권 관계자는 “(증시에서) 대형 공모주 청약이 있으면 수시입출금식 통장에서 거액이 인출된다. (토스뱅크도) 예금이 줄고 신용대출이 급증하면 대출 가능한 액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선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이 오히려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토스뱅크는 올해 말까지 전체 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34.9%로 맞춘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2023년까지 맞추겠다고 금융당국에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의 목표치보다 높다.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의 대출 비중을 높이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토스뱅크는 기존 애플리케이션(토스 앱)에 쌓여 있는 각종 정보를 활용해 중·저신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 6월 “토스에는 전 금융권에서 대출을 신청하고 심사를 받은 고객 데이터가 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토스뱅크가 영업 초기부터 부실률이 높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면 상당 기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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