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업계 최고 대우로 인재 확보…성과 보상주의로 시장 주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최근 H사에서 임금·복리후생 개선과 관련해서 ‘도발’을 해왔습니다. 예상대로 안팎에서 (반응이) 시끄럽습니다. 물론 이 도발에 기꺼이 ‘대응’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입니다.”

지난 7월 하순 삼성전자 직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교육에서 이 회사 인사팀 임원이 한 말이다. 여기서 ‘H사’는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 성과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관련기사

‘도발에 대응한다’ 삼성전자가 제시하는 성과급 개선 메시지는 이렇게 명료했다. 임금, 특히 성과급 기준을 높여 최근 이슈로 떠오른 ‘최고 대우’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메시지였다. 삼성을 능가하는 임금·성과급 체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 노사는 임금·복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1969년 회사 설립 이래 첫 노사 협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면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노조의 임금 협상안 초안은 ▶전 직원 계약 연봉 일괄 1000만원 인상 ▶코로나19 격려금 지급(인당 약 350만원)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자사주 지급(인당 약 107만원) ▶하위 고과 임금 삭감 폐지 등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변화도 감지된다. 요컨대 체감 분위기가 ‘부드럽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완우 삼성전자 인사담당 부사장은 임금인상률에 문제를 제기한 직원을 만나 경위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일부터는 ‘시간연차제’도 도입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는 첫 사례다. 올 초 임금·복리후생 협의 결과로 생긴 제도다. 시간 단위로 휴가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반차(4시간 휴가)보다 진일보했다. 이런 안팎의 변화를 겪으면서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성과 위주의 평가와 보상 시스템의 성공적인 도입이 삼성의 도약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구글·인텔 같은 라이벌과 인력 쟁탈에서 밀리지 않고 시장을 주도한 배경도 성과 보상주의”라고 말했다. 성과급에 대해 삼성 측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다만 내부에선 고과 평가가 우수하거나 연구나 영업 분야 등에서 확연한 실적은 낸 직원에게 ‘화끈하게’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을 지낸 박재항 한림대 글로벌학부 겸임교수는 “기업 간 처우 비교가 쉬워져 예전보다 연봉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삼성에 다닌다는 것 자체로 자부심을 느꼈지만, 이제는 실제 얼마를 받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