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약 8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4일 파악됐다.
이는 유 전 본부장 측이 그가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받는 유원홀딩스의 대표 정모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로부터 대여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11억8000만원보다 3억여원 적은 액수다. 또 대장동 사업 외에 별건인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건과 관련한 뇌물 혐의도 끼워 넣었다. 법조계에선 “대장동 뇌물 액수는 최소화하고 별건을 더한 모양새라 더이상 윗선은 끊고 유 전 본부장의 개인 비리로 수사 범위를 축소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 선정과정과 이익배분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해 성남시에 손해를 입히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등)로 유 전 본부장을 구속 수감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이 발부한 구속영장에는 유 전 본부장이 올해 1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2013년 위례자산관리 대주주인 정모씨로부터 각각 5억원, 3억원 등 총 8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위례자산관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유 전 본부장 재직 시절인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을 벌일 때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시행사 ‘푸른위례프로젝트’ 내 자산관리회사(지분 13.5%)다. 이곳 역시 사업자 선정과 이익배분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날 유 전 본부장이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주는 대가로 당시 예상 개발이익 1800억원 중 25%(450억원)를 요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는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 사업과 화천대유의 아파트 직접 분양사업 결과 배당이익과 분양수익이 수천억원대로 늘어나자 김씨에게 본인 몫으로 700억원을 요구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1월 경기관광공사 사장 퇴직을 앞두고 정 변호사와 함께 유원오가닉(현 유원홀딩스)을 설립해 차명으로 회사를 소유하면서 이듬해 1월 김씨로부터 출자금 명목으로 5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과 김씨의 대화를 녹취해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도 담겨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요구했다고 의심받는 700억원의 경우 천화동인 1~3호(김씨와 김씨 가족 소유)의 배당이익 약 1400억원의 절반이라, 유 전 본부장이 사실상 천화동인 1~3호에 차명으로 지분을 넣고 배당이익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조사 과정에서 녹취록을 제시하지 않아 실제 녹취록에 해당 내용이 담겼는지 알 수 없고, ‘700억 약정설’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정 변호사와 천연비료사업을 동업하면서 사업자금을 빌린 것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 변호사에게 차용증을 쓰고 11억8000만원을 빌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해명의 진위와는 별개로 “재산이 약 2억원뿐인 유 전 본부장이 11억8000만원을 빌렸다는 것 자체만으로 벌써 뇌물”이라고 꼬집었다.
한 검찰 간부는 “‘5억이냐, 11억원이냐’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 설계자인 유 전 본부장이 처음부터 화천대유로부터 자기 지분을 약속받았느냐가 의혹의 핵심”이라며 “그런 내용이 구속영장 내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수사팀의 시야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윗선을 캐기 위해선 애초에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지분을 줬다는 의혹과 그 이유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