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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과제 해결 노력하라”…통신선 끊었다 이었다 北 맘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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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열면서 "남조선 당국은 중대 과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고 요구했다.

4일 오전 한국 측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과 통화하는 모습.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1분부터 3분까지 통화가 이뤄졌다며, 한국 측 연락대표가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만큼, 남북관계의 개선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영상 캡쳐.

4일 오전 한국 측 연락대표가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북측과 통화하는 모습. 통일부는 이날 오전 9시 1분부터 3분까지 통화가 이뤄졌다며, 한국 측 연락대표가 "남북간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통신연락선이 복원된 만큼, 남북관계의 개선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제공 영상 캡쳐.

55일 만에 전화 받은 北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에 따라 오전 9시부터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통신연락선 복원 의향을 밝힌 지 닷새 만이다. 해당 발표 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남북연락사무소 채널과 군 통신선 연락에 정상적으로 응했다. 북한이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뒤 55일 만이다. 통일부는 “한반도 정세 안정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신연락선을 재개하면서 대남 요구 사항을 재확인했다. "남조선당국은 북남통신련락선의 재가동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데서 선결되여야 할 중대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것"이라고 공언했다. 일방적 단절로 통신연락선을 한동안 불통으로 만든 건 북측이었음에도, ▶재가동 의미 고찰 ▶남북관계 수습 ▶중대 과제 해결 주체로 남측만 명시한 것이다.

7월 재개 땐 닷새 뒤 '청구서'

이는 앞서 남북이 지난 7월 27일, 약 1년 1개월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개했던 때와도 유사한 수순이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으며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하면서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적어도 당일에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북한은 그로부터 닷새 뒤인 지난 8월 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같은 달 예정됐던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다 훈련이 실시되자 북한은 이에 반발해 같은 달 10일 오후부터 일방적으로 통신연락선에 답하지 않았다.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통신선 쥐고 임기 말 정부 당기기

북한이 55일 만에 통신연락선을 재개하면서 또 요구 사항을 전면에 내세우자 통신연락선을 대남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은 통신연락선 재개 의향을 밝히면서 한국을 향해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의 철회를 요구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라는 기준을 한국이 이행한다는 전제로 통신선이 유지된다는 걸 시사했다"며 "북한이 통신선을 기본적인 신뢰 구축 수단이 아닌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뉴스1.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10월 초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뉴스1.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의 핵심은 대북 제재 해제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꺼내 든 '이중 기준 철폐'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지 말라는 요구다. 미군의 핵우산과 한국의 미사일·전투기 개발 등은 문제 삼지 않으면서 북한의 미사일·핵을 도발로 보는 게 '이중 기준'이라는 논리다. 즉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요구다.

北 요구 응하면 '수뇌 상봉' 메시지

북한이 이날 ‘중대 과제 해결’을 재차 요구한 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이같은 요구에 반응해 미국 설득에 성공할 경우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린다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달 25일 "북남 수뇌상봉과 같은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뇌상봉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가시적 '성과'를 갖고 와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와 관련,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이 단기적으로는 '평화공세 밀당'을 통해 한국 대선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ㆍ장기적으로는 남북 정상회담 및 차기 정부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주도적 지형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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