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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미만 아파트 269채 쇼핑한 다주택자…정부가 판 깔아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 이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일부 다주택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269가구를 사들인 개인 다주택자가 있는가 하면, 법인은 1978가구를 '쇼핑'한 사례도 나왔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10 대책 발표 이후 올해 8월까지 14개월간 거래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총 26만555건이었다. 직전 14개월간인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매매 건수는 16만8130건이었다. 대책 발표 이후 1억원 미만 주택 거래가 55.0%(9만2425건) 증가한 것이다.

7·10 대책 전후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 지역별 거래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7·10 대책 전후 공시가격 1억 미만 아파트 지역별 거래량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가 주목받은 것은 지난해 7·10 대책으로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가 도입된 이후부터다. 조정대상지역 기준으로 2주택자는 8%, 3주택 이상은 12% 취득세가 부과되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인 아파트는 기존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1.1%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규제지역이 아닌 곳에선 양도세 중과도 피할 수 있다.

지방의 비규제지역으로 다주택자의 '원정 쇼핑'이 집중됐다. 지난해 7월 이후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실거래가 많았던 지역은 경기(3만3138가구), 경남(2만9052가구), 경북(2만6393가구), 충남(2만4373가구), 충북(1만9860가구) 등의 순이었다. 주택재고량 등을 고려할 때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인구가 많지 않은 지방에서 이례적으로 저가 아파트 거래량이 급증한 것이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배방삼정그린코아의 경우 올해 562건의 거래가 이뤄졌다. 공시가격은 전용면적과 층수에 따라 3720만~7620만원이다. 올해 1월 최고 7700만원에 거래된 이 아파트 전용 38.49㎡는 지난달 1억1500만원에 거래되며 9개월 만에 50%가량 가격이 뛰었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 구매는 개인과 법인을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장 의원이 2019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10가구 이상 사들인 구매자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총 1470명이었다. 1000가구 이상 사들인 법인이 3곳에 달했는데 가장 많은 집을 사들인 법인은 1978가구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가구 이상 1000가구 미만의 주택을 사들인 개인은 11명이며,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아파트 수는 269가구였다.

장경태 의원은 "다주택자를 근절하기 위한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투기가 심화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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