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저가 탓 두번 유찰된 위례선 트램, 가격 올려 재입찰한다

중앙일보

입력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 [자료 현대로템]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수소전기트램. [자료 현대로템]

 참가업체가 없어 두 차례 유찰된 위례선 트램이 조만간 구매가격을 올려 다시 입찰에 나설 것으로 확인됐다. 너무 낮은 예정가격 탓에 트램 차량의 입찰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관련업계 주장을 서울시가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위례선 트램사업을 주관하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4일 "위례선 트램 차량에 대한 원가계산 용역을 하고 있다"며 "업체들이 현재의 가격이 너무 낮아서 못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가격의 적절성 여부를 다시 한번 따져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달 중에 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원가계산 결과에 따라서 조금 더 가격을 올려서 다시 입찰을 붙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11월 또는 12월에는 트램 차량 구매 계약이 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례선 트램은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시작으로 8호선ㆍ분당선 복정역까지 10개의 정거장을 연결하는 본선(4.7㎞)과 2개의 정거장을 잇는 지선(0.7㎞)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수도권에선 본격 추진되는 첫 트램으로 2024년 개통이 목표이며, 총 사업비는 2600억원이다. 차량은 5 모듈(량) 한 편성으로 모두 10편성을 구매할 예정으로 배정된 예산은 386억원이다. 한 편성 당 39억원이 조금 못 되는 수준이다.

 서울시는 앞서 입찰이 이뤄졌던 부산 오륙도선 트램의 낙찰가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설명이다. 경성대/부경대역~이기대 어귀 삼거리를 잇는 오륙도선 트램은 5 모듈 5편성으로 196억원에 다원시스에 낙찰됐다. 편성당 39억원가량이다.

 그러나 현대로템과 우진산선, 다원시스 등 국내 철도차량 제작업체들은 예정가격이 너무 낮아 입찰조건을 도저히 맞출 수 없다며 지난 7월과 8월에 실시된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두 번 모두 '무응찰'을 사유로 유찰됐다. 일부에선 부산 오륙도선 트램의 차량 입찰이 비현실적인 가격에 이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동탄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트램. [자료 경기도]

경기도 동탄에서 도입을 추진 중인 트램. [자료 경기도]

 익명을 요구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트램 생산 경험이 없기 때문에 트램을 만들려면 설비를 갖추고 기술을 도입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업체들이 한 편성 당 45억~50억원을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전했다.

 외국업체에 제작을 맡기는 방안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난 7월 입찰 때 중국의 철도차량업체가 입찰 의사를 밝혀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지만, 우리나라와 중국 간에 정부조달협정이 체결되지 않아 입찰자격을 얻지 못했다.

 현재 국내에선 부산을 비롯해 대전과 화성(동탄), 수원 등 여러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조만간 적정가격을 산정해 재입찰에 나서게 되면 이 가격이 향후 트램 차량 입찰의 기준선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