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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세계 무형유산에 오른 우리 전통무예 택견에 발 들여볼까

중앙일보

입력

김지성·나서현·김아윤(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어리대기’ 자세를 취했다. 원품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자세를 낮추고, 오른손을 왼 손목까지 이동했다가 오른 무릎 바로 앞에서 팔을 쭉 편다.

김지성·나서현·김아윤(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어리대기’ 자세를 취했다. 원품에서 오른발을 앞으로 내디디며 자세를 낮추고, 오른손을 왼 손목까지 이동했다가 오른 무릎 바로 앞에서 팔을 쭉 편다.

‘굼실-능청-굼실’ 3박자로 춤추듯 부드럽게 상대 제압하는 무술 ‘택견’

“이크!” “에크!” 얼핏 들으면 익살스러운 추임새 같기도, 깜짝 놀랐을 때 내뱉는 감탄사 같기도 한 이 소리는 한국 전통무예 ‘택견’의 기합입니다. 택견은 2011년 11월 28일 무술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최초로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스포츠지만, 2011년 91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 이후 9년 동안 시범종목에만 머무르는 등 외면받았어요. 하지만 택견의 도약은 지금부터입니다. 2020년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데 이어 2021년 10월 29일 열리는 ‘세계무예마스터십’, 10월 30일 ‘대통령기 전국택견대회’ 등 굵직한 대회로 대중에게 성큼 다가갈 예정이죠. 우리 민족의 얼과 흥이 담긴 전통무예 택견의 매력에 푹 빠질 시간입니다.

왼쪽부터 김지성(경기도 탄천초 6)·김아윤(서울 영훈초 4)·나서현(세종 홈스쿨링 6) 학생기자가 택견 기술인 곁치기·두상잽이·양손 젖히기를 각각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지성(경기도 탄천초 6)·김아윤(서울 영훈초 4)·나서현(세종 홈스쿨링 6) 학생기자가 택견 기술인 곁치기·두상잽이·양손 젖히기를 각각 선보이고 있다.

택견은 1983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고유의 호신술로, 유연하고 율동적인 ‘품밟기’라는 독창적 보법(步法)을 활용해 상대를 발로 차거나 넘기는 기술을 사용하는 전통무예예요. 이름이 유사한 ‘태권도’와 종종 비교되지만, 택견은 태권도와 사뭇 다른 특징을 가지죠. 우선 동작의 맺고 끊음이 명확한 태권도와 달리 택견은 곡선형의 부드럽고 섬세한 동작이 주를 이뤄요. 몸과 근육의 움직임이 일치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특유의 리듬이 있어 무용성을 갖췄죠. 태권도에는 일정한 공격·방어의 형태가 있는 반면 택견은 상대를 부드럽게 밀어 넘기는 동작에 치중합니다.

택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아윤·김지성·나서현 학생기자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한국무예교육연구소의 문을 열었습니다. 새하얀 한복을 입은 수련생 대여섯 명이 구슬땀을 흘리며 택견 수련에 한창이었어요. 2016년부터 전국체전 택견 남자일반부 걸급에서 4차례 우승을 차지한 김성현 소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았죠. “한국무예교육연구소는 택견·씨름 등 우리나라 전통무예를 널리 알리고, 한국 무예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교육 콘텐트를 개발하는 곳이에요. 한복을 입고 수련 중인 수련생들은 현재 입시 준비 중인 고등학생 언니·오빠들인데요. 택견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에 앞서 수련생의 시범을 볼까요.

이상호 선생·김성현 소장·허인호 선생(왼쪽부터)이 택견 기본자세인 원품 자세를 취하고 있다. 차려 자세에서 오른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서는데, 양발 끝은 밖으로 45°를 향해야 한다.

이상호 선생·김성현 소장·허인호 선생(왼쪽부터)이 택견 기본자세인 원품 자세를 취하고 있다. 차려 자세에서 오른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서는데, 양발 끝은 밖으로 45°를 향해야 한다.

‘턱치기’는 손바닥으로 상대의 턱을 쳐 올리는 동작이다. 앞에 있는 발 쪽의 손을 어깨 높이 정도로 올린 뒤, 발과 함께 앞으로 내며 상대의 턱을 쳐 올린다.

‘턱치기’는 손바닥으로 상대의 턱을 쳐 올리는 동작이다. 앞에 있는 발 쪽의 손을 어깨 높이 정도로 올린 뒤, 발과 함께 앞으로 내며 상대의 턱을 쳐 올린다.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마치 춤을 추듯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수련생들의 ‘본때뵈기’가 이어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역동적 동작에 세 사람이 “우와”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보냈죠. 본때란 자신이 지닌 택견의 멋진 기술을 한데 모아 보여줌으로써 실력을 뽐내고 상대의 기를 죽이는 일련의 동작을 말해요. ‘나 이런 기술 가지고 있어, 어때?’라며 떳떳함을 보여주는 자기표현이자 수련이죠. 수련생의 동작을 보고 나니 조금이라도 빨리 택견을 배우고 싶어 학생기자단의 엉덩이가 들썩였어요. 김 소장이 “택견은 신체만큼 정신 수련·예절도 중요한 무예”라며 세 사람을 한데 모았죠.

왼손을 오른손 위로 포개 ‘공수’ 자세를 취한 뒤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김성현(맨 왼쪽) 한국무예교육연구소장과 소중 학생기자단.

왼손을 오른손 위로 포개 ‘공수’ 자세를 취한 뒤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김성현(맨 왼쪽) 한국무예교육연구소장과 소중 학생기자단.

“인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몸을 가지런히 한 뒤 양발 뒤꿈치를 붙이고, 발끝은 45°를 향하게 하세요. 양손을 포개 아랫배에 가볍게 대는데, 원래 ‘공수(拱手)’는 남자의 경우 왼손이 위로, 여자의 경우 오른손이 위로 가게 잡죠. 하지만 택견에서는 남녀 모두 왼손이 오른손 위로 가게 해 공수합니다. 공수! 인사!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인사를 마친 후 책상다리로 바닥에 앉은 학생기자단에게 김 소장이 “택견을 실제로 본 적 있는지” 물었습니다.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죠. “두 눈으로 접하기 어렵고 조금은 생소한 무예죠. 간혹 TV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이크~’ ‘에크~’ 몸을 율동하듯 흔들면서 택견을 흉내 내는 장면은 본 적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 택견은 그렇지 않거든요. 오늘 함께하면서 택견에 대한 오해도 풀고, 주변 사람들에게 ‘택견이 이런 거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배워가길 바라요.”

조상의 지혜가 담긴 전통무예 ‘택견’

학생기자단이 택견 수련에 앞서 택견의 역사·예절·가치 등에 대해 배우고 있다. 택견은 신체만큼 정신 수련도 중요한 무예다.

학생기자단이 택견 수련에 앞서 택견의 역사·예절·가치 등에 대해 배우고 있다. 택견은 신체만큼 정신 수련도 중요한 무예다.

아윤: 택견의 유래가 궁금해요.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택견을 수련해 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요. 고구려 고분벽화에 오늘날의 택견과 유사한 동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부터 택견이 행해졌을 것으로 추정하죠. 명칭도 택권, 태껸, 탁견(卓見) 등 다양하게 표기되다가 1983년 문화재 지정 당시 택견으로 정해졌고, ‘태껸’이라 표기하기도 해요. 1925년 편찬된 최영년의 『해동죽지(海東竹枝)』를 보면 ‘서로 마주 보고 발다리를 중심으로 서서 차서 거꾸러뜨린다. 제일 못 차는 자는 다리를 차고, 잘하는 자는 어깨를 차고, 비각술(飛脚術)이 있는 자는 상투를 찬다’고 택견을 묘사합니다. 비각술은 ‘백기신통비각술(百技神通飛脚術)’이라고도 하는데, 100가지의 신통방통한 발질을 뜻해요. 택견에서 발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졌는지 알 수 있겠죠. 이후 택견 초대 인간문화재인 고(故) 송덕기 선생과 그 제자들에 의해 택견의 명맥이 유지돼왔습니다.
본때뵈기1. 택견에서 본때란 상대에게 자신이 수련한 택견의 기술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기본 품새로, 동작의 연결성에 중점을 둔다. 양팔을 좌우로 펼치고 몸을 활처럼 편 ‘양손 젖히기’.

본때뵈기1. 택견에서 본때란 상대에게 자신이 수련한 택견의 기술을 한데 모아 선보이는 기본 품새로, 동작의 연결성에 중점을 둔다. 양팔을 좌우로 펼치고 몸을 활처럼 편 ‘양손 젖히기’.

아윤: 택견은 다른 무술에 비해 유독 동작이 부드러운 것 같아요.

과거 서민들은 언제 어디서든 택견을 연습하곤 했어요. 단오·명절 등에 씨름처럼 놀이 문화로 즐기기도 하고,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멍석을 툭 깔고 택견을 했죠. 그런데 옛 농민들은 몸이 아프면 농사를 짓지 못하고, 농사를 못 지으면 굶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몸이 재산이었거든요. 택견을 하다 다쳐서 일을 못 하면 온 가족이 굶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히지 않고도 제압할 수 있는 동작이 발달했죠. 다른 무술이 상대를 신속하고 빠르게 제압하는 직선적 동작이 주가 된다면, 택견은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밀어서 공격하는 기술이 많습니다. 스텝을 밟을 때도 위로 통통 뛰기보단 땅을 지그시 눌러 밟는다는 차이점이 있죠.


지성: 동양의 무예는 정신 수련을 강조한다고 알고 있는데, 택견은 어떤가요.

운동마다 고유의 철학·이념이 있죠. 대한택견회는 ‘상생’ ‘공명’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더불어 살아간다는 거죠. 예전에는 기쁜 일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모여 놀았는데, 택견에도 그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상대를 죽이거나 상처 입히지 않고 마치 놀이처럼 누가 더 강한가를 가리는, 조상의 지혜가 담긴 무술이랍니다.
(좌) 본때뵈기2. ‘칼 잽이’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손바닥이 보이도록 들고, 발을 앞으로 내디딤과 동시에 손으로 상대의 목을 밀어내는 기술이다. 몸의 중심을 앞에 싣고, 발뒤꿈치는 바닥에 붙인다. (우) 본때뵈기3. 문빗장을 걸듯 상대의 공격을 둔화시키고 공격 기세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한 ‘빗장걸이’ 자세. 왼 무릎을 올리고 왼손을 가볍게 왼 무릎 위에 올린 뒤, 오른손을 높이 들어 머리 위에서 멈춘다.

(좌) 본때뵈기2. ‘칼 잽이’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손바닥이 보이도록 들고, 발을 앞으로 내디딤과 동시에 손으로 상대의 목을 밀어내는 기술이다. 몸의 중심을 앞에 싣고, 발뒤꿈치는 바닥에 붙인다. (우) 본때뵈기3. 문빗장을 걸듯 상대의 공격을 둔화시키고 공격 기세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한 ‘빗장걸이’ 자세. 왼 무릎을 올리고 왼손을 가볍게 왼 무릎 위에 올린 뒤, 오른손을 높이 들어 머리 위에서 멈춘다.

서현: ‘이크’ ‘에크’라는 기합을 넣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주 듣는 질문인데요. 주변에서 왜 하필 많은 기합 중에 ‘이크’ ‘에크’라는 소리를 넣냐고 묻곤 해요.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옛날 사람들이 놀랄 때 ‘에구머니나’ ‘아이쿠’ 소리를 낸 데서 유래했을 거라고 유추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몸으로 전해져 내려온 문화다 보니 정확한 이유를 찾긴 어려워요.

지성: 택견도 태권도처럼 등급이나 자격 심사가 있나요.

있습니다. 택견은 지향성·성격 등에 따라 크게 세 단체로 나뉘는데, 단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제가 속한 대한택견회는 태권도와 유사한 수련체계를 가지고 있어요. 품수가 올라가면 1·2·3단 이렇게 단으로 승단하죠.

지성: 장비나 기구가 따로 필요한가요.

택견에는 보호 장비가 따로 없어요. 국제경기를 보다 보면 대다수의 종목에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호구·보호대를 차곤 하죠. 하지만 택견은 상대방을 다치지 않도록 훈련하기 때문에 국내뿐 아니라 국제경기에서도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습니다. 모두 맨손과 맨발로 임하죠. 수련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상대방도 나도 다치지 않는 경기를 펼칠 수 있어요. 택견이 가지고 있는 다름의 가치랄까요.
(좌) 본때뵈기4. ‘밭장치기’는 발등으로 상대방의 발목 부위를 쳐 중심을 잃게 하는 기술이다. 뒷발을 디딤발 쪽으로 최대한 비튼 뒤, 반원을 그리며 발등으로 상대의 복사뼈 부분을 친다. (우) 본때뵈기5. 발등으로 상대의 턱 부분을 올려 차는 동작인 ‘제겨차기’. 무릎을 구부려 가슴까지 가볍게 올렸다가 발등과 무릎을 앞으로 솟구치듯 펴면서 상대방의 얼굴이나 턱을 찬다.

(좌) 본때뵈기4. ‘밭장치기’는 발등으로 상대방의 발목 부위를 쳐 중심을 잃게 하는 기술이다. 뒷발을 디딤발 쪽으로 최대한 비튼 뒤, 반원을 그리며 발등으로 상대의 복사뼈 부분을 친다. (우) 본때뵈기5. 발등으로 상대의 턱 부분을 올려 차는 동작인 ‘제겨차기’. 무릎을 구부려 가슴까지 가볍게 올렸다가 발등과 무릎을 앞으로 솟구치듯 펴면서 상대방의 얼굴이나 턱을 찬다.

서현: 택견이 다른 무술처럼 호신술로도 활용될 수 있는지 궁금해요.

최근 여성 대상 범죄가 늘어나며 호신 무술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호신술은 긴박한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무술을 말하는데요. 실제로 저도 호신술 강의를 몇 번 해봤지만, 강의에서 택견을 주된 호신 무술로 다루진 않습니다. 택견이 호신술로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니고요. 택견에도 연장을 든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 등이 있긴 하지만, 기술 자체보다 용기와 가치를 배우는 무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택견뿐 아니라 그 어떤 무예도 마찬가지죠. ‘이 기술 배워서 상대방을 눌러야지’ ‘너쯤이야’ ‘내가 다 이길 수 있어’ 같은 마인드는 좋지 않습니다. 호신술과 관련된 무예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태도로 배울 필요가 있어요.

아윤: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한 태권도처럼 택견도 전 세계 친구들이 배우는 스포츠로 널리 퍼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길 바라고,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출발선에 서 있는 정도예요. 다른 종목에 비해 인프라나 사회적 관심도가 조금은 떨어지는 게 현실이죠. 하지만 지난해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됐고, 올가을 여러 국제대회도 앞두고 있어요. 지난 9월 5일에는 한국 대표 민요 ‘아리랑’과 전통무예 ‘택견’을 소재로 한 ‘아리랑, 택견과 만나다’라는 공연을 펼쳤고요. 대학생·청년 대상 택견 세미나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앞으로 무예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무예이음터’를 만들 계획이에요. 노력의 결실인지 해외에서도 택견을 배우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죠. 이러한 인프라가 점점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외국인도 한복을 입고 수련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간절히 기대해봅니다.

‘이크!’ ‘에크!’ 특유의 리듬 살려 품밟기 시작

품밟기는 택견의 가장 기초가 되는 보법이다. ‘굼실-능청-굼실’ 3박자에 맞춰 무릎과 몸을 구부렸다 편다.

품밟기는 택견의 가장 기초가 되는 보법이다. ‘굼실-능청-굼실’ 3박자에 맞춰 무릎과 몸을 구부렸다 편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견 수련 시간. 한복 바지 끈을 단단히 묶고 버선까지 갖춰 신으니 벌써 수련생이 된 듯한 기분이었죠. 김 소장 뒤에 일렬로 선 학생기자단은 공수 자세로 예의를 갖춰 인사한 뒤 ‘원품’ 자세를 취했어요. 원품은 적의 공격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자세로, 차렷하고 오른발을 어깨 너비로 자연스럽게 벌린 뒤, 발끝을 45°로 향하도록 섭니다. “택견의 기본인 ‘품밟기’부터 해볼게요. 품밟기는 택견 초대 인간문화재인 고 송덕기 선생이 ‘택견은 품밟기가 전부’라고 하실 정도로 근본이 되는 보법이죠.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인 굼실, 발을 내밀며 몸을 활처럼 펴는 능청으로 구성됩니다. 한자 품(品)처럼 삼각형 모양으로 움직이는 보법을 통해 공격·방어의 탄력성을 높이고 상대 공격을 흡수할 수 있죠.”

우선 왼발을 들고 오른 무릎을 구부려 굼실 자세를 취하고요. 왼발을 앞으로 뻗을 때 몸을 활처럼 펴며 능청 자세를 합니다. 능청 자세에서는 엉덩이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배·가슴을 내밀고 몸을 쭉 펴야 해요. 이제 다시 왼발을 들어 굼실 자세를 취한 뒤 발뒤꿈치를 붙인 차렷 자세로 돌아옵니다. 오른쪽도 똑같이 반복하면 돼요. 모든 동작은 ‘굼실-능청-굼실’ 3박자에 맞춰 진행되고, 방어하는 굼실 자세에서는 ‘에크’, 공격하는 능청 자세에서는 ‘이크’ 기합을 넣어요. 학생기자단 모두 김 소장을 따라 품밟기에 나섰는데요. 처음 내뱉는 ‘이크’ ‘에크’ 기합이 어색한지 멋쩍은 웃음이 터져 나왔죠. 김 소장이 “동작마다 기합을 넣는 무예는 택견이 유일한데, 심폐지구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으니 힘차게 넣어보라”며 응원했죠. 어색한 발놀림도 잠시, 어딘가 정겨운 3박자가 몸에 익자 ‘이크’ ‘에크’ 소리가 연구소를 가득 메웠습니다.

김지성 학생기자가 선보인 택견의 ‘내지르기’는 발바닥의 한가운데 부분을 상대의 몸통에 밀어 넣듯이 차는 동작이다.

김지성 학생기자가 선보인 택견의 ‘내지르기’는 발바닥의 한가운데 부분을 상대의 몸통에 밀어 넣듯이 차는 동작이다.

다음으로 발을 상대의 몸통에 질러 차는 동작 ‘내지르기’를 배웠죠. 다른 무술의 발차기는 발끝이나 뒤꿈치를 이용해 꽂아 차는데요. 택견의 내지르기는 앞을 향해 발을 밀어 넣는 느낌으로 길게 차는 것이 특징이에요. 품밟기와 이어 해볼까요. 마지막에 차렷 자세로 돌아오지 않고 다시 한번 발을 약간 바깥쪽으로 내디딘 뒤, 디딤발 다리를 굽혀 굼실 자세를 취하면서 뒷발을 가슴 한가운데까지 끌어 올립니다. 그다음 몸을 능청거리며 발바닥 한가운데인 장심을 이용해 강하게 밀어 찹니다. 찬 발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오며 굼실을 하면 돼요. 태권도를 배웠다는 아윤 학생기자가 자신 있게 첫 주자로 나섰는데요. 첫 시도에는 자세가 영 어색한지 태권도 발차기가 나와버렸죠. “발을 단순히 쭉 뻗는 게 아니라 굽혔다가 힘 있게 밀어 차야 한다”는 김 소장의 조언을 듣고 두 번째 시도 만에 내지르기에 성공했습니다. 서현·지성 학생기자도 상대를 해주던 수련생 형이 뒤로 밀릴 정도로 힘 있는 내지르기를 선보였어요.

김아윤 학생기자가 김 소장의 도움을 받아 ‘곁치기’를 배우고 있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차는 것이 핵심.

김아윤 학생기자가 김 소장의 도움을 받아 ‘곁치기’를 배우고 있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차는 것이 핵심.

택견의 발기술 중 발등으로 상대의 옆구리를 차는 ‘곁치기’를 수련 중인 나서현 학생기자.

택견의 발기술 중 발등으로 상대의 옆구리를 차는 ‘곁치기’를 수련 중인 나서현 학생기자.

이후 김 소장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한 곁치기 수련에 나섰습니다. 다리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둘러 상대방의 옆구리를 발등으로 차는 동작이에요. 품밟기를 하며 한쪽 발을 약간 바깥쪽으로 내딛고요. 디딤발 다리를 굽혀 굼실 자세를 취하면서 뒷발의 무릎이 반대편 가슴까지 오도록 끌어당깁니다. 다시 능청 자세를 이용해 허리를 쭉 펴며 발등으로 반원을 그리듯 상대의 몸 옆을 차요. 찬 발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며 굼실. 다리 힘이 부족한 소중 학생기자단은 다리를 구부렸다 반원을 그리는 동작에서 비틀거리기 시작했어요. 김 소장이 “최고수는 상투를 찬다 했죠? 소장님 머리 높이까지 차볼까요”라고 말하자 서현 학생기자가 “자신 없어요”라며 피했죠. 하지만 쑥스러움도 잠시, 목표물을 쳐다보는 서현 학생기자의 눈이 매서워졌습니다. “하나, 둘, 이크!” 소리와 함께 힘찬 곁치기가 나왔죠.

거울을 보며 ‘칼 잽이’ 기술을 다듬고 있는 학생기자단. 디딤발에 힘을 싣고 팔을 쭉 뻗으며 “이크!” 우렁찬 기합을 외친다.

거울을 보며 ‘칼 잽이’ 기술을 다듬고 있는 학생기자단. 디딤발에 힘을 싣고 팔을 쭉 뻗으며 “이크!” 우렁찬 기합을 외친다.

마지막 동작은 손아귀를 활용해 상대의 목을 밀어치는 ‘칼 잽이’입니다. 김 소장은 “조선 시대 범죄자의 목에 채운 ‘칼’이라는 형벌 도구를 생각하면 쉽다. 마치 칼처럼 목을 잡아 공격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죠. 손은 엄지와 검지를 넓게 벌려 Y(와이)자를 만들고, 손바닥이 보이도록 팔을 쭉 뻗어요. 팔을 내밂과 동시에 왼발을 일보 앞으로 내디디고 왼무릎을 구부려 나아가는데요. 이때 뒷무릎을 곧게 펴 몸의 힘이 앞으로 실리도록 해야 하죠. “택견의 목적은 상대를 멀리 밀어내는 데 있다는 것 있지 마세요. 칼 잽이도 멀리 밀어야 하기 때문에 내디딘 다리에 힘을 실으며 팔을 쭉 미는 게 중요합니다. 팔을 뻗을 때는 ‘이크!’ 기합을 크게 넣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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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며 수련한 동작을 복습하고, 겨루기하듯 자세도 취해본 학생기자단. 다시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김 소장 앞에 섰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까지 운동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어요. 우연히 방과 후 교실에서 택견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의 인연이 이어져 이 자리까지 오게 됐죠. 사실 택견이 많이 알려지지 않다 보니 택견을 오래 수련하고도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직업으로 삼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는 수련생들이 많아요. 오늘 여러분이 택견을 생소하게 느낀 이유도 주변에 택견을 가르치는 사람이 드물고, 배울 곳도 딱히 없기 때문이겠죠. 여러분 같은 청소년이 우리나라 전통무예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 준다면 조금씩 선순환이 될 거라 믿어요. 택견을 전파하며 ‘오래됐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좋기 때문에 오래된 것이다’라는 말을 항상 하거든요. 선조의 슬기가 깃든 전통무예 택견의 명맥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길 바랍니다.”

택견의 특징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전통무예 택견 인간문화재 정경화 선생은 다음과 같이 택견의 특징을 정의했다.

첫째, 택견은 외유내강의 곡선적인 무예이다.
둘째, 택견은 자연스러운 여유와 멋을 창조한다.
셋째, 택견은 공격과 방어를 함께 갖추고 있는 실리적인 무예다.
넷째, 걸이기술과 발질의 복합무예다.
다섯째,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생활 무예다.
여섯째, 융합성과 전체성의 무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처음에는 택견이 태권도와 이름도 비슷하고, 기술도 비슷해서 태권도의 한 종류로 오해했어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태권도와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전통무예라는 걸 알게 됐죠. 택견은 마치 노래처럼 ‘이크’ ‘에크’ ‘커’ 등의 소리를 내면서 기합을 넣는데, ‘이크’는 공격을 하며 지르고 ‘에크’는 무릎을 구부릴 때 쓰는 기합이라고 해요. 또 발차기할 때는 둥글게 차는 것이 특징인데, 다른 운동과 달리 사람이 다치면 반칙이래요. 무술임에도 상대를 한 번에 쓰러뜨리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안전하게 제압한다는 점이 와 닿았습니다. 배려 정신이 운동에 녹아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무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아윤(서울 영훈초 4) 학생기자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라고 하지만 사실 택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택견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그 역사와 함께 택견의 여러 주요 기술을 배울 수 있어 신나고 즐거웠죠. 택견은 별도의 장비·기구가 필요 없어 일상에서 접근하기 쉬운 무예라는 생각이 들어요. 치열한 경쟁보다 상생·공명을 중요한 가치관으로 생각하는 전통무예 택견을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김지성(경기도 탄천초 6) 학생기자

택견에 관해 취재하며 ‘택견이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전통무예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겨루는 운동을 하다 보면 다칠까 봐 무서울 때도 있는데, 택견은 상대방을 다치게 하지 않고 제압한다는 규칙이 마음에 들었죠. 품밟기와 발질 등을 배우며 혹시 잘 따라가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 택견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소장님의 말씀이 안타깝게 다가왔죠. 우리나라 전통무예를 사랑하는 친구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나서현(세종 홈스쿨링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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