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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으로 승리하겠다" 이재명…與, 2012년 재연될까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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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지사는 과반 승리 후 ″진실은 부패하지 않는다. 반드시 원팀이 되어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지사는 과반 승리 후 ″진실은 부패하지 않는다. 반드시 원팀이 되어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본선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여권에선 ‘원팀’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인천 지역 경선에서 발표된 2차 국민 선거인단 투표에서 58.17%를 확보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이 지사는 누적 득표율 54.90%로 이 전 대표(34.33%)에 20.57% 포인트(20만4461표차) 앞서며 본선 직행에 파란불이 켜졌다. 이 지사는 결과 발표 뒤 페이스북에 “토건세력, 부정부패 기득권 세력에 맞서 이재명답게 싸우겠다”며 “민주당 원팀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나 친문계의 한 초선 의원은 “2012년 대선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후보를 경선 경쟁자 손학규 후보 등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것을 떠올린 말이다.

격화한 명·낙대전

지난 7월 말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을 이 전 대표가 “중대한 실언”이라고 비판하며 발발한 ‘명·낙대전’은 9월 초 이 전 대표 측이 대장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격화했다. “진실을 밝히는 게 도리”(지난달 19일)라고 했던 이 전 대표는 경선 종반부로 접어들자 “대장동 사건 수사가 급박하게 돌아간다. 속단해선 안된다”(3일)며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지사 연관설에 불을 지폈다. 이 지사 측은 “내부 총질식의 네거티브”(김남국 수행실장)라고 받아치며 양 캠프 인사들 사이엔 감정의 골이 깊게 패였다.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념사진을 찍은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익명을 요구한 이낙연 캠프 소속 의원은 “이 지사가 본선 후보가 돼도 흔쾌히 돕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이 지사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선 종료 후 이 전 대표 측 인사들이 통합 선대위에 이름을 올려도 실질적 지원 활동은 회피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지사를 돕는 한 의원은 “대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겠지만, 함께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자 사이의 알력도 원팀 기조에 장애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이 지사 지지층은 당원게시판 등에서 서로를 비방하면서 거세게 맞붙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두 주자 중 한 사람이 본선 후보가 돼도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를 본선에서 찍지 않을 거란 얘기가 돈다”며 “박빙 승부가 될 이번 대선에서 표 결집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영길 리스크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합동연설회에서 “민주당에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면 새롭게 결정된 후보와 함께 긴밀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한·미관계를 통해서 (북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서 민주당의 비전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낸 송 대표가 후보와 외교 공약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내에선 “본선 후보 선출 뒤에도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유지하겠다는 취지”(수도권 중진 의원)란 해석이 나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장상황을 듣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달 말에는 미국을 방문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6일 추석을 앞두고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시장상황을 듣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달 말에는 미국을 방문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만약 송 대표가 ‘당 중심 대선’을 명분으로 본선에서도 인사와 정책설정 등 권한을 놓지 않는다면 당의 대선 후보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대선 후보는 당연히 자신의 캠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길 원하기 때문이다. 원래 각 정당은 대선 주자가 선출되면 당 대표가 당권을 후보에게 이양하는게 관례다.

특히 2012년 9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경선 승리가 유력해지자, 이해찬 대표는 대선 후보 선출일 하루 전 “대선 후보에게 선대위 구성 권한과 인사·재무권 등 전권을 부여한다”는 최고위 의결을 주도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송 대표가 관리형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행동반경을 넓히면 대선 후보가 가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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