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더오래]응급실 앞 ‘버려진’환자, 의사 줄사직…죽어나는 병원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09:00

[더,오래] 조용수의 코드클리어(81)

소방이 뿔 났다. 연일 기사를 쏟아낸다. 더는 참기 힘든가 보다. 그럴 만하다.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지난 2년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환자들이 응급실을 배정받지 못한 지 오래됐다. 코로나 환자만의 얘기가 아니다. 심근경색이나 뇌출혈도 마찬가지. 중증 외상도 예외가 없다. 환자가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받아주는 병원이 없다. 119는 다급한 환자를 싣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한번 출동하면 수십 군데 병원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어디든 받아만 주면 감지덕지. 경상도 환자가 수도권으로, 충청도 환자가 전라권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먼 길을 이동 중이다.

119는 다급한 환자를 태운 채로 지역 구분 없이 받아주는 병원만을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응급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사진 Wikimedia Commons]

119는 다급한 환자를 태운 채로 지역 구분 없이 받아주는 병원만을 찾아 거리를 배회한다. 응급실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사진 Wikimedia Commons]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할 게 없는 환자를 태운 채다. 장비와 인력이 충분한 대형병원에서도 쉽지 않은 환자들이 1평 남짓 침대에 실려 도로 위를 헛돌고 있다. 해당 119 대원은 죽을 맛일 테다. 사람 명줄이 달렸는데 발만 구르고 있으니.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하루하루 버텨보지만 도대체가 끝이 없다. 그러니 살아보겠다고 뉴스를 쏟아내는 그들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응급실은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 병원에 격리실이 없다. 시설이 있어도 감당할 인력이 없다. 이미 과포화다. 우리나라의 방역 원칙은 한결같다. 의심되면 무조건 격리다. 열나는 환자는 격리실이 아니면 병원 문턱을 넘을 수 없다. 하필이면 코로나 증상은 단순 감기와 차이가 없다. 의심 환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 병원의 격리실이 감당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러니 환자가 죽어도 할 수 없다. 한 환자의 생명을 놓치는 것과 응급실이 감염에 뚫리는 것. 의사가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은 후자가 압도적으로 크다. 격리실이 없어 환자를 잃었다는 답변은 통용되지만, 환자를 잃을 수 없어 병원을 폐쇄로 몰았다는 답변은 허용되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소방은 활로 개척에 여념이 없다. 신뢰하는 직업 1위의 무형자산을 이용해 전방위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응급실이 거부해 환자 목숨이 위험하다는 생생한 증언이다. 이제 격리실이 없더라도 병원에 환자를 인계하겠다고 한다. 치료 못 받고 죽는 환자가 없도록. 윗선에서 공식적으로 이리 얘기하니, 아래 현장 대원들도 영향을 받는다. 평소엔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던 구급대원들이, 요새는 응급실 앞에 몰래 환자를 내려놓고 사라지기 일쑤다. 난감하다.

벌써 2년째다. 사람들은 더는 거리 두기에 순응하지 않는다. 하루 3000 명 이상 환자가 코로나 19에 확진된다. 정부나 국민이나 위드코로나를 입에 달고 산다. 1만 명씩 확진자가 생겨도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다. 사람들 마음속에 코로나는 이미 끝난 것과 진배없다. 그저 조그만 규제들만 무늬로 남아있는 듯하다.

그동안은 다들 집에만 머물다 보니, 반대급부로 감기 같은 일반 환자가 많이 줄었다. 응급실은 감염 관리로 일이 몇 곱절 늘었지만, 그래도 전체 환자 수가 줄어서 아등바등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병원은 여전히 감염봉쇄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 위드코로나라고 한다. 전체 환자 수는 평년 수준을 회복한 지 오래다. 하지만 감염관리는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확진자가 늘면서 감염관리 일이 더 많이 늘었다. 업무 총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견디지 못한 의료진의 줄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보다 요 몇 달 사이 퇴사자가 훨씬 더 많다. 10년 넘게 일한 응급실인데, 근래에는 의료진 얼굴마저 낯설다. 제대로 인계조차 받지 못한 신참들이 응급의료의 최전방에 투입되고 있다. 그마저도 숫자가 부족하다. 한 명이 두 명, 세 명 몫의 일을 헐떡이며 해내고 있다. 그러니 사직을 말릴 수도 없다. 손발이 묶인 채 일하는 기분이다. 도리가 없다. 좌절감이 크다.

위드코로나를 대비해 격리실과 인력 부족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악순환을 지금이라도 해결해야한다. [사진 명지병원]

위드코로나를 대비해 격리실과 인력 부족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 악순환을 지금이라도 해결해야한다. [사진 명지병원]

그래도 소방은 우리를 이해해줄 거라 믿었다. 다른 직종은 몰라도 소방만큼은. 매일같이 응급실을 들락거리니까. 우리 사정을 충분히 알 테니까. 나는 그들이 코로나를 얼마나 힘겹게 버텨내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기에, 그들 또한 우리가 얼마나 힘겹게 싸우고 있는지 알아줄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들은 이제 모든 업무를 응급실에 내려놓겠다고 한다. 눈뜨면 밤새 새로운 사직서가 또 하나 놓여있는 공간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코로나 19를 잘 통제했던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위드코로나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했나? 격리실이 없어 응급 환자를 못 받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직원들이 지쳐서 응급실을 떠나는 것도 문제다. 이젠 격리실이 있어도 인력 부족으로 환자를 못 받을 판이다. 모든 게 악순환 중이다. 점점 더 많은 환자가 거리를 떠돌고 있다. 해결은 누구 몫일까? 응급실에서 일하는 우리만 들들 볶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건 확실하다. 내가 소방이고 정부조직이라면, 애먼 병원만 원망할 게 아니고 다른 정부 부처에 대안 마련을 요구했을 것이다. 진작. 1년 전부터.

코로나 19 사태는 언젠가 끝날 것이다. 당장 대책이 없다고? 지금이라도 빠르게 만들면 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나는 위기를 돌파하는 우리나라의 저력을 믿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 부디 소방과 응급실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강이 생기지 않길 빈다. 앞으로도 오랜 시간 함께 응급의료를 책임져야 할 동료들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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