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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안경점 시총이 8조원? '착한 혁신' 와비파커, 상장 대박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07:00

패스트컴퍼니(미국 경제매체)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1위’. 미국의 D2C(온라인 직접판매) 스타트업 시대를 연 기업.

미국 안경업체 와비파커(Warby Parker)에 붙는 수식어입니다. 와비파커가 9월 29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죠. 기업공개(IPO) 절차 없이 로블록스처럼 ‘직상장’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상장 당일 주가가 36% 오르며 기업가치가 68억 달러(약 8조원)로 점프(1년 전 30억 달러였는데...!).

5개 중 하나를 고르세요. 배송비는 공짜! 와비파커 홈페이지

5개 중 하나를 고르세요. 배송비는 공짜! 와비파커 홈페이지

와비파커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동창생 넷이 미국의 비싼 안경값(평균 500달러)을 성토하다가 문제는 안경 유통구조라는 점에 착안해 창업했는데요. 공장에서 소비자에 바로 안경이 전달되는 ‘홈 트라이 온(Home Try-On)’ 서비스를 선보였죠. 소비자가 와비파커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안경 5가지를 고르면 샘플을 집으로 보내줍니다. 고객은 5일 동안 안경을 써본 뒤 마음에 드는 걸 선택하고, 시력검사 결과와 눈 사이 거리를 입력하면 2주 뒤에 맞춤 제작 안경이 배송. 배송비용은 모두 회사가 부담하죠.

안경이 95달러~. 와비파커 홈페이지

안경이 95달러~. 와비파커 홈페이지

무엇보다 핵심은 가격. 홈 트라이 온 제품 가격은 95달러입니다. 원가보단 소비자들에 어필하기 위해 정한 가격이라는군요. “시장조사 결과 100달러가 넘으면 소비자들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99달러는 할인제품 같아 보여서 95달러로 정했습니다”(공동 창업자 닐 블루멘탈)는 설명. 미국 안경업계 최초의 온라인 직접판매 서비스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창립 첫해에만 2만개가 팔렸고, 2015년엔 100만개를 돌파하며 와비파커는 유니콘 반열에 올랐죠.

와비파커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안경 피팅 앱, 온라인 시력검사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쭉쭉 성장해갔습니다. 오프라인 매장도 열었죠. 현재 145개 매장이 있고, 향후 1000개까지 늘려간단 계획입니다. ‘착한 기업’으로도 유명합니다. 안경을 하나 팔 때마다 추가로 한 개를 저개발 국가에 기부하는 중. 덕분에 상당히 의식 있는 기업으로 젊은 세대에 어필하죠.

하나 사면 하나는 기부. 와비파커 홈페이지

하나 사면 하나는 기부. 와비파커 홈페이지

여기까지만 보면 ‘역시 남다른 기업이라 성공할만 해’라고 하시겠지만. 이 기업의 결정적 약점이 있으니, 바로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 SEC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도 2억7050만 달러 매출에 2040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적자가 계속되나를 보면 판매·관리비가 매출의 70%나 차지합니다.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거죠.

와비파커는 애초에 사업구조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는 데요. 고작 95달러에 팔아서는 배송비와 기부용 안경제작비까지 부담하긴 벅차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와비파커가 공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 게 수익을 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도 봅니다(물론 와비파커는 고객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시키는 옴니채널 전략이라고 주장).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온라인보다 더 고급 상품을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이죠(195달러 짜리도 판다고). 지금의 와비파커를 있게 한 건 온라인 판매라는 혁신이지만, 수익을 내려면 오히려 전통적인 안경 판매 소매점으로 돌아가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인 겁니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와비파커 매장. 셔터스톡

미국 뉴저지에 있는 와비파커 매장. 셔터스톡

아, 한국에도 와비파커 같은 안경 가상피팅 서비스는 있습니다. 다만 법적으로 도수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는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고, 안과의사가 원격으로 시력을 검사해주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와비파커와 똑같은 서비스는 못하겠네요(안경테만 온라인 주문하고 렌즈는 직접 가서 맞춰야). 혁신도 무슨 기반이 있어야 하지... by.앤츠랩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를 조금 다르게 생각했을 뿐이다. 혁신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도, 어렵지도 않다." -와비파커 창업자 데이비드 길보아

이 기사는 10월 1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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