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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수용된 건물로 수익, 그 원주민에 부당이득 청구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토지 수용이 결정된 원주민이 해당 건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임대료를 챙기자 재개발조합이 부당 이득을 반환해달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합의가 원만하지 않아 재개발조합이 재결 절차에 따라 토지 보상금은 공탁했지만, 주거 이전비 등은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서울 성북구 일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정비사업 구역 내 다가구용 단독주택 소유주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개발조합은 A씨와 손실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서울특별시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2018년 5월부터 재개발조합이 A씨의 건물과 부지를 수용하고, A씨에게 총 보상금 4억9712만원을 지급하라고 재결했다. 이에 따라 재개발조합은 A씨를 피공탁자로 해 채권압류 금액을 제외한 대부분의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수용재결은 토지수용의 마지막 절차로, 재개발조합과 원주민 간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때 관할 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금 지급 또는 공탁을 조건으로 소유권을 넘겨주는 행정적 판단을 의미한다.

하지만 A씨는 수용 개시일인 2018년 5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건물 1, 2층을 계속 점유하면서 1696만원의 임료를 챙겼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수용 개시일이 지나서도 해당 건물을 사용·수익하면서 1696만원 상당의 이익을 얻어 재개발조합에 해당 금액만큼 손해를 끼쳤다고 할 수 있다”며 해당 금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재개발조합이 재결 절차에 따라 손실보상금을 공탁했다고 하더라도 주거 이전비 등에 대한 수용재결을 신청하거나 이를 지급하지 않은 이상 손실 보상이 완료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이에 따라 주거 이전비 등의 지급절차가 이뤄질 때까지 A씨가 이 건물을 사용·수익했더라도 재개발조합이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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