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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장동 녹취록 왜? "뜻밖 수익 3000억 놓고 싸움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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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전경. 연합뉴스

‘대장동 녹취록’과 자술서로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금품 로비를 폭로한 정영학(53) 회계사. 그는 대장동 사업의 개인 투자자 7명 중 한 명으로 ‘천화동인 5호’ 소유주다. 5582만원을 투자해 644억원을 배당받았다. 그는 ‘50% 1주’ 최대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30억원(31%), 7% 주주인 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가 4040억원(68.4%)을 배당받는 이익 구조를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설계한 장본인으로 꼽힌다. 그의 검찰 제보로 유 전 본부장은 3일 대장동 1호 구속자가 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다.

정 회계사가 자신의 처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김만배 화천대유·천화동인 1호 대주주, 유 전 본부장 등과 대화를 녹취한 파일 등을 검찰에 낸 것은 화천대유의 추가 3000억원대 아파트 분양 수익에 따른 내분(內紛)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유 전 본부장도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 아파트 분양 수익에 따른 주주간 내분 발생 경위와 자신의 금품수수 의혹을 함께 소명했다고 한다.

공식 명칭으로 ‘성남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은 대장동 210번지 일대 그린벨트 임야와 논밭에 공동주택(아파트) 용지와 상업(상가)용지를 조성해 민간에 팔고 그 수익금으로 도로와 학교·공원 등 기반시설을 갖추는 사업이다. 화천대유는 이 사업 시행사인 민관합작법인 ‘성남의뜰’에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한 민간사업자였다.(▶8000억 초대박 투기, 정관계 떤다…드러나는 대장동 비밀[뉴스원샷])

성남의뜰은 2020년 말까지 1단계 택지 및 상업용지 분양 수익으로 5903억원을 배당했고, 최대주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주주협약상 확정이익 1830억원만 받고 초과이익은 전부 민간사업자에 배당했다. 그 결과 개인 투자자 7명이 자신의 지분 비율대로 4040억원을 나눠 가졌다. 3억5000만원을 투자해 1000배가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는 특혜 의혹은 이 대목에서 불거졌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쳤다면 이 사건은 영영 묻혔을지도 모른다.

화천대유 아파트 수익 3000억에 탈났다…김만배 “대장동 사업 공동경비”

화천대유가 대장동 택지 15개 블록 가운데 5곳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뒤 직접 2단계 아파트 사업까지 시행하면서 탈이 났다. 화천대유에 추가로 3000억원대 분양수익이 생기면서다. 아파트 분양 사업 주체는 성남의뜰이 아니라 주식회사 화천대유였고, 화천대유(성남의뜰 지분율 1%)는 자회사 천화동인 1호(2%)와 함께 김만배씨가 100% 소유한 회사다. 원칙적으로 나머지 천화동인 2~7호 투자자는 성남의뜰 주주이긴 하지만 화천대유의 분양수익을 주장할 권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천화동인 2~3호 역시 김씨 부인과 누나였기 때문에 추가 분양수익 배분 갈등은 주로 김씨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1007억원 배당), 정영학 회계사(5호) 사이에 벌어졌다.

정 회계사가 대장동 녹취록을 만든 배경으로 지목된 대장동 사업 공동경비 사용이 화천대유의 분양수익 처분 문제였기 때문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화천대유로 아파트 분양 수익이 예상외로 3000억원 넘게 들어오자 남욱 변호사와 정 회계사가 추가 배분을 요구했는데, 김만배 회장이 자신이 공동경비로 주도적으로 처분하겠다고 거부하며 큰 갈등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 유동규 전 본부장이 중재에도 나서고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리는 일도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정 회계사가 반발해 이들의 대화를 녹취하고 검찰에 제보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화천대유 측 관계자는 “성남의뜰 전체 사업 배당금과 달리 아파트 분양 수익은 화천대유에 100% 귀속돼 주주간 별도의 배분 약정이 없었다”며 “대장동 사업 공동 경비로 사용하기로 주주들과 얘기가 됐었는데 예상외로 분양 이익이 커지다 보니 갈등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에서는 “화천대유가 애초에 사업계획 단계부터 거액의 분양 수익까지 염두에 뒀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사업계획서에 직접 택지를 매수하겠다고 밝혔고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한 7개 민간사업자 중 유일하게 화천대유만 택지를 매입해 주택 사업을 할 자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업자는 직접 아파트 분양을 할 수 없는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기관이다. 또 화천대유가 사실상 전체 민관합작법인 성남의뜰을 대행했기 때문에 ‘셀프 계약’으로 택지를 싸게 사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아파트는 비싸게 분양해 30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이 때문에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천화동인 지분 절반가량(3%)을 보유한 김만배씨가 사업 추진비 및 사후 보험용으로 정관계 로비(공동경비)에 쓰기 위해 분양수익을 독점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녹취록에서 자기 “수익의 절반을 유 전 본부장에 준다”(‘700억 약정설’)고 하거나 곽상도 의원 아들에 50억을 준 것을 포함해 정치인·고위법조인·언론인 등에 50억원을 줬거나 주기로 약속했다(‘50억 약속클럽’)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정영학 “나는 심부름꾼에 불과”?…“공익신고 검토해야”

이 밖에 법조계에서는 “정 회계사가 추후 문제가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경우 주범으로 몰릴 가능성을 우려해 녹음을 시작했고 이번에 검찰에 그 자료를 제출한 게 아닌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계사는 평소 지인들에게 “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에 협조하면 재판에 넘겨졌을 때 감형을 받을 여지가 있다”며 “정 회계사는 대형 범죄를 밝힌 내부 고발을 한 셈인데, 앞으로 신변에 위험이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신고를 하고 보호 조치를 받는 게 필요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 회계사가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에 제출한 녹취 파일 19개에는 지난 2년간 정 회계사와 김만배씨, 유 전 본부장 등 사이에 오간 대화가 들어 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명의로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차명 보유하고 700억원을 배분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도 이 녹취 파일들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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