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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83억 안고가라, 대신 200억 주겠다" 화천대유 모의 정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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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핵심관계자가 또 다른 화천대유 고위관계자에게 사라진 내부 자금 83억원에 대한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을 받으라며 떠넘기기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3일 국민의힘에서 제기됐다. 국민의힘 ‘대장동 개발사업 태스크포스(TF)’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의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 이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9월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9월 29일 오전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모습. 검찰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관련자들의 사무실·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및 진술서엔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의심 자금 83억원에 대한 책임 소재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83억원은 지난 4월 경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대한 통보를 받고 내사를 벌여온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국민의힘은 보고 있다. 국민의힘 TF는 최근 화천대유 내부 인사로부터 자금 흐름과 관련해 “아무리 소명을 해도 최종적으로 83억원이 모자란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고 한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FIU가 ‘83억원짜리 이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됐다. 이거 수사하라’고 경찰청에 통보했다”며 “경찰이 용산경찰서에 배당을 했다. 지난 4월에 (사건이) 갔는데, 9월까지 뭉개다가 인제야 수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가 전한 제보 내용에 따르면 경찰 내사가 시작된 이후 화천대유 내부에선 사라진 83억원의 용처를 두고 핵심관계자 A씨가 또 다른 고위 관계자인 B씨에게 ‘당신이 안고 가면 끝까지 가족들을 보살펴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A씨가 B씨에게 ‘사라진 83억원을 당신이 횡령한 것으로 하자’고 사실상 교사(敎唆)했다”는 게 국민의힘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어 국민의힘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당신이 노름하고 술 마시는 데 사라진 83억원을 썼다고 하면, 앞으로 당신 가족들이 생활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해주겠다. 당신이 법원으로부터 추징을 당할 테니, 그 대신 200억원을 주겠다’는 발언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화천대유 고위급 인사들이 83억원 용처의 불법성을 미리 인지하고 수사 대응 방향까지 사전 논의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조수석에 탄 사람에게 ‘당신이 운전한 거로 하라’고 덮어씌우는 격”이라며 “83억원이 범죄에 사용됐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이는 화천대유 핵심관계자가 범인도피 교사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9월 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최대 주주 김만배 씨가 9월 27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울 용산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은 지난달 27일 경찰 소환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FIU가 포착한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흐름에 대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고 수사기관에서 잘 판단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한 반론권 보장을 위해 중앙일보는 A씨 변호인과 B씨에게 각각 사실관계 확인 및 입장 표명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양측 모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사라진 83억원의 행방이 정치권으로 향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TF 관계자는 “화천대유가 내부 고위관계자에게 횡령 등의 혐의를 뒤집어 씌우면서까지 83억원의 용처를 숨기려 하고 있다”며 “83억원의 행방이 대장동 특혜 의혹을 풀 수 있는 또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대장동 특혜와 관련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연루 의혹을 모두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국민의힘의 특별검사 도입 요구를 더불어민주당도 지체없이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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