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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동규, 이재명 측에 “김만배에 사업자금 11억 빌려” 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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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진 JTBC캡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을 주도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체포 직전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에 “화천대유자산관리(민·관합동 시행사의 민간사업자)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사업자금 3억 5000만원을 빌려 유원오가닉(현 유원홀딩스)을 설립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후에도 두세 번 개인 사업자금으로 빌린 것까지 포함해 김씨 측에서 총 11억 8000만원을 빌렸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재명 지사 측은 앞서 화천대유 투자자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대주주)가 “유 전 본부장에게 10여억원을 전달했다”라고 폭로하는 내용의 대화 녹취록과 자술서 등을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공개된 직후 유 전 본부장을 만나 직접 소명을 들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됐다. 대장동 특혜 의혹 구속 1호다. 주주협약서 등에서 초과 이익 환수를 포기하고 화천대유에 수천억원 이익을 몰아준 건 성남시에 대한 배임이라고 법원이 인정한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재명 캠프, 유동규 체포前 만나 진상 파악…“개인 일탈, 지사에 보고 안 해”

이재명 지사는 지난달 30일 밤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민·관합작은 마귀와의 거래”라며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 일부 오염이 된 것 같다”라고 발언했다. 그즈음 이 지사 측은 과거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함께 근무한 캠프 관계자를 보내 유 전 본부장의 천화동인 지분 차명 소유 의혹과 10억원대 금품 수수 의혹 등 ‘대장동 녹취록’에 관한 진상을 캐물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 등에 차명 지분이 있지도 않고 그쪽으로부터 리베이트 약정을 하거나 실제 받은 건 일절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다.

대신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말 경기관광공사 사장에서 퇴임(2020년 12월)한 뒤 생계를 위해 사업을 하기로 했는데 김만배씨에게 돈을 빌리게 됐고 이후에도 이런저런 사업구상을 하면서 두세 차례 더 빌리면서 규모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 측에 한 해명에 따르면 처음 대주주 김씨에게 3억 5000만원을 경기관광공사 사장 퇴임 이후 사업자금 명목으로 빌렸고 실제 이 돈으로 2020년 11월 10일 천연비료 업체 유원오가닉(올해 1월 유원홀딩스로 개명, 자본금 1억원)을 세웠다고 한다. 유원홀딩스의 ‘유원’은 유 전 본부장의 성과 숫자 1을 합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이후 5억, 3억원 등 두세 차례 더 돈을 빌리면서 총 차용 금액이 11억 8000만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매번 차용증도 썼다고 한다.

이 지사 측은 “유동규씨를 만난 건 의혹에 대한 사실확인 차원이었고 유씨 또한 ‘개인적 일탈이었다’고 했기에 이 지사에겐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로부터 처음 3억 5000만원을 빌려 회사를 설립했다는 해명은 지난해 10월 “개발 수익금 중 700억원을 별도 회사를 세우고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 전 본부장에 제공한다”라는 대장동 녹취 내용과 일부 부합한다. 다만 정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자술서에 서너 차례 등장하는 금액(8억 3000만원, 5억원, 3억원 등)과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는다. 녹취록에 유원홀딩스 혹은 유원오가닉이라는 회사명이 언급된 적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9월 27일 김만배씨. 연합뉴스

9월 27일 김만배씨. 연합뉴스

유동규 측 “동업자에 빌린 돈” 말 바꿔…김만배 “전혀 모르는 얘기”

유 전 본부장 측은 이날 11억 8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화천대유와 무관하며 동업자인 정민용 변호사에 빌린 돈”이라고 말을 바꿨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정민용 변호사와 노후 대비용으로 천연비료 사업을 동업하면서 정 변호사로부터 동업회사 주식을 담보로 11억 8000만원을 빌리고 차용증을 썼다”며 “김만배씨의 배당금은 김씨가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3일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직전에는 “정 변호사와 쓴 차용증을 검찰에 제출했다”라고도 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화천대유를 선정할 당시 투자사업팀장으로 심사에 참여했고, 지난해 유원홀딩스 설립 당시 대표이사로 현재 사내이사다.

김만배씨 측 변호인도 역시 “김씨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라고 한다”며 “유 전 본부장 11억 8000만원의 자금 출처가 김만배씨라는 주장은 입증이 안 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달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대장동 핵심 인물들이 나눠온 대화 녹취 파일 19개를 확보한 상태다. 이 파일들에는 지난 2년간 정 회계사와 김만배씨, 유 전 본부장 등 사이에 오간 대화 음성이 들어 있다고 한다. 404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포함한 막대한 수익을 어떻게 재분배할지 논의하는 내용 등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명의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차명 보유하고 700억원을 배분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도 이 녹취 파일들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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