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홍규의 미래를 묻다

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중국 우주패권 전쟁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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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달의 미래와 한국의 과제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탐사그룹장

필자의 책장에는 신용카드 2개 크기로 인쇄한 월면(月面) 모형이 있다. 그 좁은 옆면에는 ‘폰카르만 크레이터’, 다른 옆면에는 ‘창어 4호 착륙지’라고 음각됐다. 폰 카르만 크레이터는 서울~충북 제천 거리인 지름 180㎞, 깊이 13㎞인 거대 지형이다. 백악기 말, 지구에 지름 10㎞ 크기만 한 천체가 충돌해 저만큼 큰 충돌구가 생겼으니 달에서도 그만한 뭔가에 얻어맞았다는 얘기다. 이 지역은 폭 2500㎞(서울~마닐라 거리)인 달 남극 ‘에이트켄 분지’의 일부다. 이 3D 모형을 준 중국 과학자는 창어4호의 데이터를 내려받아 분석한 결과로 논문을 썼다. 2018년 여름, 우한에서 만난 중국 과학자들은 창어에 이어, 톈원1호의 화성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달은 지구 30개를 한 줄로 죽 세워놓은 거리에 있다. 그래서 달에 사는 가족과 통화하려면 왕복 2.6초의 시차를 견뎌야 한다. 달 표면적은 호주 대륙의 2배, 중력은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하다. 지구에서 60㎏인 사람은 달에서 10㎏이 된다. 그러니 달에서는 더 멀리, 더 높이 뛸 수 있다. 하루는 29.5일이라 보름은 낮, 보름은 밤이다. 월면은 진공에 가깝지만, 나트륨·칼륨에, 태양에서 날아오는 헬륨·네온과 같은 원소도 있다. 하지만 달의 ‘대기’를 모두 모아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잴 수 있다고 해도 10t이 채 안 된다. 지구의 대기는 바다처럼 열을 품었다 뱉어내지만, 달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달 적도 지역은 밤일 때 영하 173도, 한낮은 물이 끓고도 남는 영상 117도다.

미 아르테미스 계획, 3년 뒤 달 착륙
중·러도 달 기지 건설 위해 손 잡아
자원·심우주 탐사 위한 전진기지
달 패권 경쟁, 적극 참여 고민해야
유럽우주국(ESA)이 그린 미래 달 기지 모습의 상상도. 인간 거주용 모듈과 탐사로버용 차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달 현지의 토양을 이용해 3D프린팅 기술로 건축하 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진 ESA]

유럽우주국(ESA)이 그린 미래 달 기지 모습의 상상도. 인간 거주용 모듈과 탐사로버용 차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달 현지의 토양을 이용해 3D프린팅 기술로 건축하 는 방식이 유력하다. [사진 ESA]

아폴로 시대 이후, 달에 처음 도전한 나라는 일본이다. 이들은 1990년 탐사선 ‘히텐’(ひてん)을 보내 미국과 소련을 뒤따른다. 곧이어 1994년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국(현 미사일방어국 MDA)은 NASA와 탐사선 ‘클레멘타인’을 쐈다. 장기 비행에 쓰일 우주선 부품과 센서를 시험하고, 달이란 천체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새천년 들어 다시 달 탐사에 시동을 건 것은 일본이다. 그들은 2007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만 한 ‘가구야’(かぐや)를 발사한다. 달의 여신이란 이름의 가구야는 1년 8개월간 과학탐사에 나섰다 2년 뒤 달 남반구에 돌진해 최후를 맞는다.

앞서 1971년, 백악관의 안보담당보좌관 헨리 키신저는 베이징으로 날아가 마오쩌둥의 눈앞에 위성사진을 내민다. 우수리강 주변의 중·소 국경 분쟁지역인 젠바오섬을 찍은 것이었다. 미·중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면 중국이 원하는 위성 사진을 제공하겠다는 제의였다. 당시 소련과 불편한 관계였던 마오쩌둥은 즉각 미·중 국교 정상화에 동의한다. 그는 유인 우주계획 착수를 지시해, 마침내 2003년 중국의 첫 우주비행사를 배출한다. 2007년엔 첫 달 탐사선 창어(嫦娥) 1호를 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이 지구 중력권을 벗어났다는 것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창어1호는 3차원 달 지도와 광물 지도를 완성하는 한편, 이후의 연착륙 준비를 위해 월면에 충돌하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36년 전 키신저가 내민 우수리강 주변의 위성사진에 대한 뼈아픈 각성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은 이제 성공 가도를 달린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2010년 창어2호를 쏴, 창어3호의 착륙지를 탐색하고 2013년, 3호를 안착시켜 탐사로버 옥토끼가 월면을 누비는 장면을 전격 공개했다. 그리고 5년 뒤 인류의 손길이 닿은 적 없는 달의 남극에 오성홍기를 꽂는다. 창어4호다. 그런 중국은 2년이 안 돼 창어5호를 쏴 올렸다. 2020년 12월, 달에 착륙한 5호는 1m 깊이로 구멍을 파, 흙 1.7㎏을 싣고 내몽골에 안착했다. 성탄을 1주일여 앞둔 서방은 충격에 휩싸였다. CNSA는 그 한 줌 흙을 마오쩌둥의 고향 후난성에 고이 모셔뒀다.

지난 1960년대, 미·소는 380kg 넘는 월석을 캐왔다. 거기엔 티타늄을 비롯, 경제가치가 높은 광물이 많은데 그중 최근 주목받는 것이 핵융합발전용 에너지원 헬륨3다. 헬륨3는 지구 초기에, 우주 공간으로 다 흩어졌지만, 달은 그 정반대였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날아드는 입자의 바람(태양풍)이 이를 월면에 차곡차곡 쌓아둔 것이다. 창어 연구책임자 쯔위안 박사는 우주왕복선만한 탐사선이 달과 지구를 세 번 왕복해 헬륨3를 실어 오면 인류가 1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달 표토에 있는 양은, 인류가 수 세기 쓸 수 있는 에너지다. 헬륨3는 게다가, 방사능 공포에서 자유로운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이를 채굴해 핵융합 발전으로 전기를 만드는 기술은 아직 없다는 것. 그렇다면 저들이 달의 극지에 가는 이유는 뭘까. 거기엔 영원히 볕이 들지 않는 지역이 있다. 크레이터, 즉 충돌구 가장자리에 불쑥 솟은 산맥은 그 안쪽 사면에 해가 드는 것을 막는다. ‘영구 그림자 지역’이다. 이런 곳은 과거 혜성과 소행성이 충돌하고 남은 얼음이 널렸다. 남극 에이트켄 분지가 그곳이다. 예컨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물을 가져가려면 리터당 2000만원, 달 표면까지는 21억 원의 비용이 든다. 우리가 생활하고 작물을 키우는 데도 물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로켓연료와 산화제로 쓸 수 있다. 그러니, 지구에서 흔하디 흔한 물은 저 척박한 달에서는 금값이다. 얼음 상태의 물이 있는 남극에 저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주요 달 탐사 계획

주요 달 탐사 계획

지난 5월,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연합의 일원이 됐다. 이 연합체는 달과 화성·혜성·소행성에 관한 평화적 탐사와 자원 활용을 위한 협력의 틀이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단계별로 이뤄진다. 무인(2021년, 1단계)과 유인 달 궤도 비행(2023년, 2단계)으로 기술검증을 마치고 유인 달착륙(2024년, 3단계)에 도전한다. 그래서 2024년, 백인 여성과 유색 남성 우주비행사가 아폴로 17호(1972년) 이후에 처음 달을 밟은 뒤, 일주일 동안 과학탐사를 수행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유럽·캐나다·일본은 달 궤도 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게이트웨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에서 도착해 착륙선으로 갈아타는 환승역이자, 이들이 쉬고 일하는, 장기 과학임무와 유인탐사를 위한 중간기지다. 승무원들은 이곳에 승선해(2026년, 4단계) 5단계 이후 본격적으로 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와 국회가 유인 우주계획을 승인할지, 궁금하다.

달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SF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처럼 미리 파악하고 알아야 할 일이 넘친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연합은 기지 건설 이전에, 방사능이 시간과 지역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인체와 민감한 기기에 얼마나 해로운지, 수십 차례 로버와 착륙선 임무를 통해 하나하나 알아간다. 자기장은 방사선을 막아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달의 자기장 분포를 지도로 만든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달 먼지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나는데,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 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모른다. 또 달의 흙으로 집을 짓는데 어떤 배합으로 시멘트를 만들어야 할까. 농사에 쓰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달궤도선(KPLO)에 실릴 미국 과학장비도, 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민간달착륙선 사업(CLPS)도 NASA 과학임무국에서 책임을 맡는다. 과학임무국은 전략과, 전략 달성에 필요한 지식수준과 현재 지식과의 격차, 곧 전략지식격차(SKG)에 일련번호를 붙여 관리한다. 미래 탐험가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다.

‘달의 여신’이란 뜻의 아르테미스 계획의 다른 한편에는 ‘또 다른 달의 여신’인 창어(嫦娥)를 앞세운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맞잡았다. 이들은 국제 달 연구기지(ILRS)를 짓기로 합의해 2025년까지 부지를 정하고 2036년 전에 완공해 운영에 들어간다. 양국은 지난 6월, 과학탐사와 기술검증을 위한 ILRS 건설 로드맵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월면천문대와 달 과학, 생명과학, 의학 연구도 포함됐다. 달 자원과 에너지 개발, 달과 지구를 오가는 운반수단과 건설계획이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IRLS에는 과학기술 인력들만 살게 될까. 서방과 달리 이들은 군인 신분이다. 미국 국방·안보 전문 매체인 디펜스 원에 따르면 중국 우주계획의 배후에는 인민해방군이 있으며 달과 화성 탐사를 추진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아르테미스 베이스캠프, 유럽의 문 빌리지, ILRS. 하나같이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미래 자원, 경제권 확대와 같은 핑크빛 미래를 그린다. 그 끝은 어디일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차기 정부가,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고차 연립방정식이다.

◆문홍규
연세대에서 천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 천문연구원에 입사, 지금까지 27년을 근무했다. 소행성, 행성 탐사 등 행성과학이 주 연구분야다. 『하늘을 보는 눈』 『미지에서 묻고 경계에서 답하다』 『과학수다 1』 『2030 화성 오디세이』 『침묵하는 우주』 등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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