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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무대서 더 세진 황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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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뉴캐슬전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뒤 동료 마르칼과 함께 기뻐하는 황희찬. [로이터=연합뉴스]

뉴캐슬전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뒤 동료 마르칼과 함께 기뻐하는 황희찬. [로이터=연합뉴스]

‘새로운 영웅(New Hero).’

영국 데일리 메일은 3일(한국시간) 울버햄튼 공격수 황희찬(25)을 이렇게 불렀다. 황희찬은 이날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뉴캐슬과 홈경기에서 혼자 두 골을 터뜨리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2·3호 골이자, EPL 무대 첫 멀티 골. 울버햄튼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11일 왓포드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던 그는 3경기 만에 다시 골 맛을 봤다. 울버햄튼은 리그 3승 4패를 기록했다.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후반 48분 홈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아다마 트라오레와 교체됐다. 그는 경기 후 팬 투표로 선정하는 ‘킹 오브 더 매치’(King Of The Match·최우수선수)에 올랐다. 64.3%(총 1만167명)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울버햄튼 구단은 “황소(황희찬 애칭)가 팀 승리를 이끌었다”고 칭찬했다.

황희찬은 올 시즌 초반인 지난 8월 말 라이프치히(독일)에서 울버햄튼으로 임대 이적했다.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에서 4년간 45골을 몰아친 그는 지난해 7월 라이프치히에 입단,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하지만 라이프치히엔 힘 좋고 빠른 공격수들이 많았다.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황희찬은 벤치 멤버로 밀렸다. 2020~21시즌 분데스리가 18경기에만 출전했다. 그나마 대부분 후반에 교체 투입돼 한 골도 넣지 못했다. 그는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울버햄튼으로 옮겼다.

울버햄튼의 역습은 황희찬에게 최적화한  전술이었다. 브루누 라즈 울버햄튼 감독은 빠른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력을 가진 그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비도록 ‘프리롤’을 맡겼다. 분데스리가 백업 선수가 EPL의 해결사로 바뀐 계기였다.

리그 4·5라운드를 교체 선수로 뛰며 적응한 황희찬은 6라운드부터 주전을 꿰찼다. 입단 후 리그 4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울버햄튼은 올 시즌 리그에서 5골(자책골 1골)을 넣었는데, 3골이 황희찬 발끝에서 나왔다. 지난달 23일 토트넘과 카라바오컵 32강에선 승부차기 첫 키커를 맡았을 만큼 팀에서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울버햄튼 간판 공격수 라울 히메네스와 찰떡궁합도 황희찬의 EPL 연착륙을 도왔다. 뉴캐슬전 황희찬의 두 골은 모두 히메네스의 침투 패스로부터 나왔다. 키 1m90㎝로 전방에서 버티는 힘이 좋은 히메네스는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들인 뒤 측면을 파고드는 황희찬에게 골 찬스를 내줬다.

둘의 플레이는 지난 시즌 리그 최고의 공격 듀오였던 토트넘 손흥민-해리 케인 콤비를 연상케 했다. 원톱 공격수 케인도 측면의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케인은 통산 34개의 골을 합작(EPL 역대 2위)했다. 울버햄튼 주장 코너 코디는 “황희찬과 히메네스의 연계 플레이를 보는 건은 환상적인 일”이라며 듀오의 탄생을 기뻐했다.

라즈 감독은 “황희찬은 EPL에 적응했고,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잘 맞는다. 그와 같은 선수가 필요했다”며 만족했다. 황희찬은 “꿈꿔온 EPL에서 뛰어 행복하다. 멀리 한국에서 많은 멋진 응원 감사한다”고 전했다.

황희찬은 곧바로 귀국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 합류한다. 벤투호는 7일 시리아(홈), 12일 이란(원정)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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