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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퍼터로 ‘최경주 대회’ 우승한 함정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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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함정우

함정우

늘 미소 짓는 함정우(27)가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함정우는 3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최종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5언더파로 우승했다. 2018년 신인왕인 그는 2019년 SK텔레콤오픈에 이어 통산 2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2억원이다.

그의 우승은 여자친구인 KLPGA 투어 프로 강예린(27)이 도왔다. 함정우는 “퍼트가 잘 안 되어 고민했는데 여자친구가 ‘이걸 써보라’며 퍼터를 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 여자 말 잘 들어야겠다”며 웃었다. 함정우-강예린은 김시우-오지현처럼 선수 커플이다.

우승을 만든 퍼터는 ‘오디세이 화이트 다마스쿠스 5’다. 함정우와 강예린이 예전에 함께 썼던 제품이다. 함정우는 그 퍼터를 잃어버렸으나, 여자 친구는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 함정우는 “10년 넘은 오래된 퍼터였다. 길이가 짧아 처음엔 적응하지 못했다. 피팅을 받지 않았고, 그립도 바꾸지 않았다. 그런데도 잘 들어가서 쓰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에게 어떤 선물을 줄 것이냐”는 질문에 함정우는 “퍼터 돌려줘야죠”라고 농담했다. 그는 “용돈을 주는 것도 적당하지 않으니 같이 맛집에 다니면서 좋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예린은 남자친구보다 4년 이른 2014년 1부 투어에 데뷔했다. 당시 고진영, 박성현, 오지현, 하민송, 김민선5 등 뛰어난 루키들이 많았다. 신인왕은 백규정이 차지했다. 강예린은 신인상 포인트 4위, 상금랭킹 23위로 선전했다.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15년부터 매년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지난해엔 KLPGA 투어로 올라왔으나 상금 랭킹 100위로 밀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 치러진 시드전에서 2위로 통과하며 옛 실력을 보여줬다. 올해 상금 46위로 내년 시드를 거의 확정했다. 함정우의 위로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강예린은 이날 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4언더파 공동 35위를 기록했다. 이 대회에서 신인 송가은이 연장 끝에 호주 교포 이민지를 꺾고 우승했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호스트인 최경주(51)는 스코어카드 오기로 1타를 손해 본 끝에 컷 탈락했다. 지난 1일 1라운드 16번 홀(파 3)에서 파를 했지만, 최경주가 스코어카드에 3이 아닌 4를 적어냈다. 스코어카드를 실제 타수보다 적게 적으면 실격된다. 반대로 더 큰 수를 적어 내면 그 기록이 그대로 인정된다. 그는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였으나 한 타 차로 최종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최경주는 끝까지 남아 시상을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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