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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아이들 문해력 위험신호…읽기·쓰기 힘든 초등생 20% 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문해력 전문가 최나야 교수는 “글자를 안다고 해서 혼자 읽게 하지 말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문해력 전문가 최나야 교수는 “글자를 안다고 해서 혼자 읽게 하지 말고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수업이 대세가 되며 아이들의 문해력(읽기·쓰기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해력 전문가 최나야 서울대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초등학교 교사를 인터뷰해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읽기·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 비율이 20%가 넘는 것 같다고 말한다”며 “이 비중이 줄지 않고 느는 것도 문제인데, 단기간에 늘어났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문해력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나.
“그림책을 읽어줬을 때 집중을 못 하거나 이해를 못 하는 게 가장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증상이다. 책 읽는 걸 싫어하고, 이야기 도중에 부모가 하는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한다거나 혹은 초점에서 벗어난 질문을 하는지 살펴보라. 또래보다 어휘력이 낮은 것도 위험 신호다. 시각적으로 뭔가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그림 카드 맞추기 같은 게임을 하면서 그 능력도 체크해보길 권한다.”
문해력이 떨어지는 걸 알아채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알아챘다면 이미 절반은 해결한 거다. 다만 시기가 중요하다. 반드시 저학년 때 알아채야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 마지노선이다. 그 이후엔 문해력 발달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진다.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가 있다면 문해력 수준이 어떤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아이의 문해력을 키우는 방법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양육자가 그림책을 소리 내 읽어주는 게 중요하다. 읽어주는 것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
초등 1학년 되면 글자를 아는 시기인데.
“양육자가 실감 나게 읽어주는 게 모델링이 된다. 낭독하기는 읽기 유창성을 늘리는 데 좋은 방법이다. 영어도 낭독 훈련이라는 게 대단히 유용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에게는 읽어주기가 필요 없나.
“고학년 자녀에게도 읽어 주기는 좋다. 자기 전 책 몇 쪽을 정해 놓고 읽어주길 권한다. 책 읽기를 하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 잠들 텐데, 그것보다는 책을 읽어주는 게 낫지 않겠나. 읽어주기는 아이들에게 집중해서 듣기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들은 화면에 빠져 음성에 집중해 듣는 경험이 적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핸드폰을 보는 식으로 멀티태스킹을 한다. 하나에 집중하는 걸 잘 못 한다. 수업에 집중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집중해 듣는 능력은 수업 집중도를 높이고, 선생님이 전달하는 지식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하나.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진 전혀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다. 지금도 4학년 때 시작한 수학 학원만 다닌다. 적어도 아이가 초등학생 때만큼은 놀 시간,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
선행 학습에 대한 압력이 있었을 텐데.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능동적으로 학습한다. 스스로 학습 방법이나 시간을 정하고 계획하고 또 점검한다. 이게 가능하게 하려면 스스로 학습의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그러려면 충분히 놀아야 한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시간이 많아서 심심해 보기도 해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히 놀면 정말 그렇게 되나.
"아이를 믿어야 한다. ‘결국엔 잘할 거다’라고. 아이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어야 ‘쿨한’ 부모가 되고 오히려 아이가 독립적으로 잘 큰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학습자도 결코 능동적인 학습자를 이길 수 없다.”
아이를 능동적인 학습자로 키우려면.
"능동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의 핵심은 선택권,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다는 거다. 학원이든, 책 읽기든 아이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 양육자는 각각의 선택지가 어떤 것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다. 책을 고를 때도 서너 권을 보여주고, 어떤 걸 읽고 싶은지 고르게 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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