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대북제재 완화”에 미국 “통일된 목소리 중요” 반박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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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의용

정의용

미국 국무부가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든 한국에 국제사회와 함께 통일된 메시지를 낼 것을 주문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재개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를 향한 일종의 ‘옐로카드’라는 해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과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젠 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가 됐다”는 정의용 외교장관의 지난 1일 국회 외통위 국감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이같이 밝히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는 유엔과 북한의 이웃 나라들과 외교를 통해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지난 1일 대북 제재와 관련된 미 행정부 내부 기류를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했다. FP에 따르면 국무부는 지난 4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제재를 작동하게 하는 국제사회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대북 제재의 완전한 이행에 있어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이어 동맹국에 제재 권한하에서 추가 제재를 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 유엔 안보리는 지난 1일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에 관한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의 요구로 열린 회의에서 이들은 공동성명 채택을 요구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같은 국제사회 움직임과 내부 기류를 종합하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의 완전한 이행과 추가 제재까지 고민 중인 미국에 한국이 오히려 ▶선 제재 완화 또는 ▶대화 재개 시 완화될 수 있는 제재의 구체적인 제시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대화에 나오면 제재 완화도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만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앞으로 대북 대화 재개 시 북측 관심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양국 공동의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미국은 대북 제재 해제에 대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카드가 아니라 협상의 결과로 다룰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선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정상회담 이후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까지 언급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고위인사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설사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남북 간에 대화 기조가 이어질 장치를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는 “미국은 주요 정책에 대해 동맹국과의 이견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면서 “대북 정책을 둘러싼 이견이 자칫 북한과의 협상을 한국의 다음 정부로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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