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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손바닥에 ‘왕’자…“최순실 연상, 부적선거”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열린 TV토론회 당시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전 총장 측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가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열린 TV토론회 당시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전 총장 측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가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준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TV토론 때 국민의힘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가 그려진 것을 두고 여권은 물론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도 맹공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3일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러는 것을 보니 후보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전날 부산·울산·경남 순회 경선을 마친 뒤엔 “인터넷 댓글 중에 ‘무당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길래 무슨 상관이 있는지 생각해 보니 ‘무당(巫堂)층’이었다”며 “(윤 전 총장이) 답답해서 그랬겠지만 안 보이는 곳에다 새기지 그랬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전날 “이러다 최순실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주술에 의거해 왕(王)자를 부적처럼 들고나오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청소년 시절 배에 왕(王)자를 그려넣는 경우는 봤지만 자기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려넣는 경우는 난생처음”이라며 “대통령을 왕인 줄 아는 사람이 1위를 하고 있는 야당의 처지도 좀 안됐다”고 비꼬았다.

오는 8일 2차 컷오프 발표를 앞둔 국민의힘 경쟁자도 가세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제 ‘부적 선거’는 포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누구의 말을 듣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지 국민은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며 “과거 오방색 타령하던 최순실 같은 사람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친여’ 진영에선 패러디도 나왔다. 가수 이승환씨는 전날 페이스북에 “수술 부위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공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네요. #효험 있음”이라는 글과 흰색 반창고 위에 검은색 ‘王’자가 적힌 셀카를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공유했다.

‘王’자 논란은 1일 5차 TV토론이 끝난 다음 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졌다. 첫 해명은 “(지난 1일 5차 토론회) 전에는 없었다”였는데, 3·4차 토론 때도 있었던 게 드러나자 “(윤 전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동네 할머니들이 토론회 갈 때 몇 차례 힘 받으라고 손바닥에 적어준 것”(김병민 캠프 대변인)이라고 바뀌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지자의 토론 잘하라는 응원 메시지”라며 “이걸 주술 운운하는 분들이 있는데, 세상에 부적을 손바닥에다가 펜으로 쓰는 것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저는 어릴 때부터 친척들이 부적 같은 걸 줘도 서랍에다 넣어놓고 안 갖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라며 “(‘王’자가 주술적 의미라는 건) 국정을 다루겠다고 하는 사람으로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여권과 경쟁자의 공격을 떠나 윤 전 총장이 대통령 후보로서 안정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지자가 써줬든 아니든 정치에서 중요한 건 국민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라며 “윤 전 총장의 장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 싸운 ‘강골검사’였다는 점인데, 현재로서는 그것 말고 다른 장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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