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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무서워요" 이 스트레스로 대머리 된 8살 여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에서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인한 강박증으로 대머리가 된 8세 소녀에게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중부 브리스톨에 사는 아멜리아 매니시에(8)가 희귀 질환 ‘발모벽(trichotillomania)’을 겪게 된 사연을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봉쇄 기간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발모벽'이 발병해 머리가 모두 빠져버린 영국 8세 소녀 아멜리아 매니시에 9월 모습. [페이스북 'ameliateevee' ]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과 봉쇄 기간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발모벽'이 발병해 머리가 모두 빠져버린 영국 8세 소녀 아멜리아 매니시에 9월 모습. [페이스북 'ameliateevee' ]

발모벽은 탈모가 생길 정도로 모발 등을 뜯거나 뽑는 증상을 말한다. 강박 장애 및 충동조절 장애의 일종으로 주로 아동·청소년기에 처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불안, 외상에 따른 충격 등으로 유발된다. 불안하면 손톱을 물어뜯는 것과 유사하다.

아멜리아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증상이 발병했다. 이동제한조치로 학교가 폐쇄되면서다. 엄마인 젬마는 아멜리아가 종종 무의식적으로 속눈썹을 뽑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한다.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는 큰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더 심해졌고, 머리카락에까지 손을 뻗었다. 머리카락을 꼬거나 한두 가닥 뜯는 줄 알았는데, 몇달 뒤 들춰본 아이의 머릿속은 이미 탈모가 시작된 상태였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찾은 병원은 발모벽 진단을 내렸다.

의사는 발모벽 발병의 주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지목했다. 평소 활달하고, 외향적이었던 아이가 갑자기 집 안에만 갇히면서 불안이 높아졌을 것이라는 소견이었다. 실제 아멜리아는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며 앞으로 친구들과 영원히 헤어질까 걱정했다고 한다.

올해 초 학교 수업이 재개되면서 증상이 나아지길 바랐다. 하지만 학교생활은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머리카락이 모두 빠져 대머리가 된 아멜리아를 두고 친구들의 놀림과 따돌림이 시작되면서다.

머리가 모두 빠져 두건을 쓰고 외출해야 한다. [페이스북 'ameliateevee' ]

머리가 모두 빠져 두건을 쓰고 외출해야 한다. [페이스북 'ameliateevee' ]

외부 활동으로 나아질 줄로만 알았던 스트레스는 오히려 극에 달했고,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졌다. 아멜리아는 학교에도 가지 않고, 집에서 자신을 고립시켰다. 덩달아 머리카락 뜯기도 심해졌다.

첫 증세 후 1년 5개월 만에 아멜리아의 머리카락은 모두 빠져 이젠 뒷머리 몇 가닥만 남았다. 두건이나 가발을 착용하지 않고서는 외출이 불가능한 상태다.

더 큰 걱정은 이 증상이 평생 지속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환경을 바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일이 최선이다. 아멜리아에게 머리 뜯는 행동을 인지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멜리아가 머리카락 이야기만 나와도 예민하게 반응해 늘 조심스럽다.

젬마는 “아이의 머리를 감겨줄 때마다 마음이 찢어진다. 사랑스럽고, 영리했던 아이가 성격마저 변해버렸다”며 “우선은 아멜리아가 자신감을 되찾고,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장난감과 야외 활동을 통해 관심을 분산시키는 등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교 측의 도움을 받아 최면 치료도 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신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면서 “발모벽 같은 어린이의 정신 건강 위기에 대한 인식을 높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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