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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헝다가 죽쑤는데…스웨덴 전기차는 왜 직원 절반 잘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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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헝다그룹 본사 빌딩의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광둥성 선전의 헝다그룹 본사 빌딩의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발 위기가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부동산 재벌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 위기에 스웨덴 전기차 회사는 정리해고에 들어갔다. 중국의 전력난은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중국이 또 다른 재앙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헝다 그룹의 불똥은 중국에서 약 6400㎞ 떨어진 스웨덴까지 튀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전기차 업체 ‘헝다 내셔널 일렉트릭 비클 스웨덴’(헝다NEVS)은 최근 스웨덴 트롤헤탄에 있는 자사 공장 직원 670명 중 절반에 가까운 300명을 해고했다. 스테판 틸크 NEVS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에 “직원 감원은 물론 전기차 개발도 중단됐다. 공장(운영)은 사실상 폐쇄됐다”며 “헝다로부터 더는 자금조달이 되지 않아 (직원 감축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9년 헝다 신에너지 자동차 (헝다자동차)가 스웨덴 자동차 회사 사브의 전기차 부문을 인수해 만들었다. 헝다 그룹이 자금난에 처하면서 헝다NEVS도 돈줄이 말랐다. 직원에게 줄 월급마저 밀렸다. 틸크 CEO는 “헝다그룹을 믿지 않고 독자적으로 인수나 자금지원을 해줄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한 손님이 정전으로 캄캄해진 식당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식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한 손님이 정전으로 캄캄해진 식당에서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식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의 전력난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전력난이 세계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고 보도했다.

사태의 핵심은 공급 부족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가 회복 중인데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으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본사를 둔 단열 생수병 제조사 심플모던은 최근 중국 저장성 취저우 당국으로부터 중국 현지 공장을 통상보다 2일 줄어든 주 4회만 가동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용할 수 있는 전력 규모에도 한도를 둬 실제 공장 가동률은 평소의 3분의 1 정도다.

마이크 베컴 심플모던 CEO는 WSJ에 “(중국 전력난으로) 내년 봄에는 미국의 소매 상품 가격이 15%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내 반도체 부품 공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할 거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루팅(陸挺)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전력난으로) 세계 시장은 섬유, 기계 부품 등의 공급 부족을 느낄 것”이라며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력소비는 급증하는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전력소비는 급증하는데.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력난은 중국 정부가 화석연료 발전을 규제한 탓이 크다.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고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푸른 하늘을 보여주겠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생각 때문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여름부터 냉방기기 등을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급격히 높아졌는데 중국 정부는 화력발전에 필요한 석탄 생산 제한조치를 유지하며 수급 불확실성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헝다 리스크와 전력난이 단기간에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헝다그룹은 지난달 29일까지 ‘2024년 만기 헝다 달러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했던 4759만 달러 규모의 이자를 내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를 내지 못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지난달 29일 헝다가 자회사인 성징은행(盛京銀行) 지분 19.93%를 99억9300만 위안(약 1조813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 화력발전 원료 석탄 생산규모 제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정부, 화력발전 원료 석탄 생산규모 제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 전력난도 에너지 가격 급등을 부추길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에너지 분야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는 최근 국내 에너지기업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국가 운영에 충분한 연료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얀 실드롭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중국 정부의 명령으로 전력원 확보 경쟁은 더욱 과열될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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