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억 해운대 아파트, 중국인이 17억에 사자 벌어진 '황당 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1.10.1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1.10.1 [연합뉴스]

외국인이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국내 주택을 매수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다주택자가 2000여명에 달하지만, 대출 규제나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역차별 논란이 거세다. 일부 외국인들이 국내 주택을 매수하면서 집값을 크게 올려놓기도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파트 10채 넘는 다주택 외국인 26명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를 통해 받은 외국인의 국내 주택 거래 현황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아파트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 외국인은 196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0채 이상을 보유한 '큰 손'도 26명이나 됐다. 외국인 다주택자가 실거주 아파트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임대했다고 가정하면 이들이 3069가구의 아파트로 임대 수익과 함께 양도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아파트 포함) 매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홍기원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 건수는 2016년 5713건에서 지난해 8756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7월까지 매수 건수가 5135건인 점을 고려할 때 지난해보다 외국인의 국내 주택 매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국내 주택 매수에 나선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이 67.1%(2만2825건/3만4000건)으로 가장 많고, 미국인이 17.0%(5765건)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다주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국인 다주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7억짜리 아파트를 17억에 매입한 중국인

국내 전체 주택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기준 0.9%로 미미한 데다, 이들의 투자를 모두 '투기'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하지만 일부 외국인들이 턱없이 비싼 가격에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어 시장을 교란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경남마리나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12월 7억56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해 3월 한 중국인이 직전 실거래가의 두배가 넘는 17억원에 매입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후 거래가 끊겼지만, 호가는 17억~17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트리마제 전용 84㎡도 2018년 7월 23억5000만원에 손바뀜했지만 2019년 7월 중국인이 29억원에 사들인 뒤 시세는 35억원 선까지 높아졌다. 중국인들 사이에선 한국 아파트가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통하는 데다 일부는 비트코인 환치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15억 이상 대출 막혔는데...89억 대출로 아파트 산 사례도

외국인 다주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국인 다주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역차별 논란도 거세다. 현재 국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을 매입할 경우 대출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국인은 자국 또는 글로벌 은행을 이용해 국내 부동산에 투자할 경우 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지난 1일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중국 국적의 1988년생 30대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전용면적 407㎡)를 89억원에 샀는데, 그가 강남구청에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를 보면 구매자금 89억원 전액을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세금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외국인은 가족 구성을 파악하기 쉽지 않아 각자 명의로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해도  양도세나 종부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국토부 산하 국토연구원도 지난 5월 발간한 '국토정책 브리프'에서 외국인의 국내 주택 구매가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증가시킬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국토연구원은 "실거주 목적일 경우에만 구매가 가능하고, 비거주 외국인일 경우 구매 제한 또는 관리 감독 강화하는 등의 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다주택자 모니터링 강화해야"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늘면서 가격이 급등했던 캐나다와 호주 등은 외국인의 취득세율을 높이고, 비거주자 투기세를 부과하는 등의 규제를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중이다. 홍기원 의원은 "우리 국민도 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인이 10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국토부가 외국인의 다주택 보유 실태 및 실거주 현황, 부동산 시장 가격 교란을 일으키는 고가 매수 등의 모니터링과 데이터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