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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맞선 이재명의 '거친 입' 전략, 본선에서도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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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도 쾌속질주를 이어가며 대세론을 굳혔다. 대장동 사건을 ‘국민의힘 게이트’라고 되치기 한 전략이 당내 경선에서 효험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돼지, 도적떼, 도둑의힘”…대장동 이후 거칠어진 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경기 지역 공약을 발표를 마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경기 지역 공약을 발표를 마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의 의혹 돌파 전략은 지지층을 향한 강경 사이다 발언으로 요약된다. 이 지사는 3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며 국민의힘을 맹비난했다. 이런 비유는 국민의힘이 이 지사의 배임 혐의를 주장한 데 대해 “자기들이 안 해 먹은 일이 없어서 ‘아 이재명이 안 해먹었을 리가 있나’라고 생각하는 거다. (국민의힘이) 돼지니까”라고 반박하면서 나왔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이 본격화한 뒤 연일 국민의힘을 향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점잖은 줄 알았는데 후안무치한 도적떼의 수괴 같다”(9월 27일, 제주도 기자회견), “국민의짐, 아니 도둑의힘”(9월 28일, 성공포럼 토론회 축사), “이준석 대표는 국민을 속인 죄를 물어 봉고파직. 김기현 원내대표는 봉고파직에 더해 위리안치”(9월 29일, 개발이익환수제 토론회 축사) 등의 발언이 줄을 이었다.

캠프 역시 “대장동 의혹은 국민의힘 게이트로 밝혀지는 상황”(박주민 총괄본부장)이라며 이 지사의 ‘거친 입’ 전략을 따라가는 양상이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대장동 이슈가 불거지고 나서 후보 본인이 메시지를 세게 내다보니, 캠프 전체 기조가 좀더 강경하게 가는 기류”라고 말했다.

이런 강경 전략의 효과는 유력 후보를 외부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입증되고 있다. 이 지사는 3일 인천 지역 경선에서 발표된 2차 국민·일반당원 투표에서 17만2237표(58.17%)를 확보하며 이낙연 전 대표(9만9140표, 33.48%)를 압도적 표차로 늘렀다. 또 이날 인천 권리당원·대의원 투표에서 53.88%(7800표), 전날(2일) 부산·울산·경남 지역순회경선에서 55.34%(1만9698표)를 득표해 누적 득표율 54.90%로 사실상 본선 직행이 유력해졌다.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는 “방어적인 표가 1위 후보에게 모였지 않나 생각한다”(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는 반응이 나왔다.

유동규 수사 속도…거친입 본선서도 통할지 미지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JTBC캡처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 JTBC캡처

다만 앞으로 대선 본선에서도 이런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3일 측근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의 구속영장 심사가 이뤄지는 등 검찰 수사가 속도를 냄에 따라, 향후 이 지사의 책임론이 본격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유 전 사장이) 성남시장 선거 때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경기도에 와선 딴 길을 갔다”(3일 기자간담회)며 측근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이날도 “최측근이 아니라면 왜 선거 때마다 하던 일을 그만 두고 돕겠나. 왜 이재명의 장비, 3대 그림자로 불렸겠느냐”(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며 공세를 벌였다.

특히 당내 경선은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들이 중심이지만 본선은 무당층·중도층이 승부의 열쇠를 쥔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상황이 달라진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월 25~26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 대장동 의혹에 대해 ‘권력형 비리’라는 응답이 58.7%로 ‘개발이익 공공환수 모범사례’(30.9%) 응답을 압도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모범사례’(54.1%)라는 주장이 많았지만, 무당층에선 ‘권력형 비리’(60.3%)라는 답변이 ‘모범사례’란 주장을(17.4%) 압도했다. 이 지사가 경선때 구사했던 전략이 본선에선 안 먹힐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집 전략이 향후 중도 확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경선이 마무리되는대로 본선 모드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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