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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창고 소방점검 불량률 5년새 19.9%에서 51.9%로…예견된 쿠팡 참사

중앙일보

입력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6월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발생 나흘째인 지난 6월 20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소방당국의 화재점검 결과 ‘불량’ 판정을 받는 물류 창고 시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형 물류 창고 136곳 중 27곳, 2019년엔 174곳 중 68곳이, 지난해에는 268곳 중 139곳이 불량 판정을 받았다. 5년 새 불량률이 19.9%에서 51.9%로 급증한 것이다.

모든 소방시설 점검 후 조치 필요하면 ‘불량’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물류창고시설 현장 점검 나선 신열우 소방청장. 연합뉴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물류창고시설 현장 점검 나선 신열우 소방청장. 연합뉴스

물류 창고 시설의 ‘불량’ 혹은 ‘양호’ 판정은 소방ㆍ위험물ㆍ건축ㆍ전기ㆍ가스 등 다섯 가지 분야를 조사해 판단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화재 감지기, 소화기 등 모든 소방 시설을 검사한 뒤 조처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경우 불량하다고 본다. 소방청 관계자는 “스프링클러 감지기가 찌그러지거나 성능이 떨어져서 교체가 필요해 보이면 불량으로 판정한다”고 말했다.

소방점검에서 불량 판정을 받을 경우, 소방청은 해당 시설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건 바로 처리하고 설치 등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조사자가 판단해서 어느 시점까지 시정하라는 식으로 명령서를 발부한다”며 “(그 시점으로부터) 열흘 뒤 저희가 다시 현장 가서 조사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5년간 화재 피해 급증…대부분 ‘부주의’와‘전기적 요인’

6월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6월 17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시설의 불량뿐만 아니라 안전 관리 근무자의 근무 태만도 문제다. 최근 5년간 창고시설에 부과된 소방법 위반 벌금 및 과태료의 원인은 소방시설 고장 방치 등 유지관리 위반, 관리자의 안전 점검 태만 및 자체점검 거짓 보고 등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집계된 물류 센터 화재의 주요 원인은 ‘부주의’가 36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이 2259건으로 뒤를 이었다. 석 달 전 일어난 경기도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일어난 화재도 전기 합선이 원인이었다. 또 화재 발생 초기 약 8분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선풍기 코드를 꽂은 콘센트에서 불꽃이 튀는 폐쇄(CC)회로TV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덕평 센터 같은 대형 물류창고의 경우 워낙 넓어서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 불꽃을 감지하는 차단기와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전 의식부터 건축재료까지 다각적 개선 필요”

안전에 대한 의식 고취와 안전 관리자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 관리 조직이 공장장 직속이나 사장 직속으로 배치되는 등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이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하고 안전에 대한 예산 투입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류 창고의 경우 샌드위치 패널처럼 화재에 취약한 건축 재료를 사용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샌드위치 패널은 서로 다른 재료를 샌드위치 형태로 겹쳐 접착제로 붙인 특수 합판이다. 이는 빨리 시공이 가능하고 재료 가격이 저렴해서 물류 창고 건축에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공하성 교수는 “앞으로 물류 창고를 지을 경우 이런 건축 재료를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동 의원은 “창고 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에 대한 노력이 부족해 쿠팡 참사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며 “물류창고 화재예방을 위한 안전교육, 설비 투자 등의 다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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