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350억 약정설···'대장동게임'에서도 '1호의 반전 나올까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10.03 07:00

업데이트 2021.10.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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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사회2팀장의 픽 : 오징어게임 닮은 대장동게임

정치권과 법조계를 강타한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핫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과 대장동 사건을 패러디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시민들의 예리한 비유는 드라마가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과 연결됩니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은 그래서 짠합니다.

검찰이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청년들은 ‘오십억게임’이라는 피켓을 들고 섰습니다.

“저희도 6년만 버티면 50억 받을 수 있습니까.” “첫 출근에 죽거나, 퇴직금 못 받고 짤리거나…”
청년의 현실과 50억 퇴직금을 비교하는 문구의 절박함이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참가자들이 겪은 좌절감과 오버랩됩니다.

대장동 사건의 ‘키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체포되고 의혹이 점점 구체화하면서 사건 자체도 오징어게임을 닮았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오징어게임 스포일러가 약간 포함돼 있습니다.)

천화동인 1호, 보험용으로 설계됐나

검찰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인물인 회계사 정영학씨가 제출한 ‘녹취록’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 녹취록엔 유동규 전 본부장,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정씨 등이 이익 배분 등을 놓고 다투는 장면도 담겼다고 합니다. 민간 사업자들에게 수천억 원대 이익이 가능하게 해준 공로자에 대한 보상 방법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천대유가 소유한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약 1208억원) 상당 부분이 ‘그들’의 몫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700억’  ‘350억’ 약정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을 보신 분이라면 ‘1번 남자의 반전’을 잘 아시겠죠. 만약 천화동인1호가 민관 합동 개발의 그림을 그리고 도와준 사람들을 위한 보상의 성격으로 설계된 것이라면 메가톤급 반전이자, 엄청난 후폭풍이 불 수 있습니다. 말을 아끼던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본부장 측은 적극적으로 그런 해석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1번 남자 오일남.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1번 남자 오일남. 사진 넷플릭스

“700억 약정은 사실무근입니다. 새로 만든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사업 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고 노후 대비용으로 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입니다. 1호 수익금은 김만배씨가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압니다.” (유동규 측 변호인)

“350억 로비는 사실이 아닙니다.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간에 이익의 배분비율에 있어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합니다.”(화천대유 측 변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JTBC캡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JTBC캡처

유동규씨가 폭로자 정영학씨의 뺨을 때린 사건이 있었고, 화천대유 쪽에서 정씨의 녹취 행위를 “배신”이라 했다는 소문 등은 도대체 어떤 내막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키웁니다. 이 정도면 대장동 사업 이후 ‘돈 잔치’ 과정에서 엄청난 일들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1호의 반전이 있는 걸까요.

선악 헷갈리는 게임 설계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일확천금이 터지는 부동산 개발 사업이 어디 판교뿐이었습니까. 지켜볼 만큼 지켜본 게임이자, 부러워하기만 했던 도박입니다. 허나 ‘새가슴’들은 감당하기 힘든 살 떨리는 지주작업, 하루에도 수십억,수백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 파이낸싱 등을 알고 나면 쉽사리 발을 담글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그 리스크를 예측하고 감당하며 해결하는 데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사업의 설계자가 사업에 대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스스로 “설계했다”고 표현하기도 한 대장동 사업에 대한 평가는 이제 검찰 등 수사기관에 맡겨졌습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의 이익이 민간에 과도하게 돌아가는 것을 막은 성공 사례인지, 결국 일확천금의 이권 사업이 되어 로비와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실패 사례인지 가려질 것입니다.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속의 설계자 역시 평가가 엇갈립니다.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를 함축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자본주의라는 추악한 약육강식의 세계, 그 안에서 버티듯 사는 실패자의 심경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벼랑 끝에 선 실패자에게 건넨 마지막 기회는 다시 자본주의의 광적인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설계자이자 1번 남자였던 오일남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궤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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