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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구해낸 2790시간…울산소방헬기, 20년 무사고의 비결

중앙일보

입력

20년간 무사고를 기록한 울산소방헬기. [사진 울산소방본부]

20년간 무사고를 기록한 울산소방헬기. [사진 울산소방본부]

지난해 1월 25일 낮 12시 15분 울산시 두동면 대곡댐. 설날 당일 성묘객 10명을 태운 선박이 출항 1분 여 만에 침몰하기 시작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매년 명절마다 성묘객들을 태워 나르는 1.92t급 선박의 정원은 7명이었다.

배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승선객 중 한 명이 119에 신고를 했다. 당시 119 구조정과 헬기 등이 출동했는데 10명 중 9명이 구조됐고 1명이 실종된 뒤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당시 출동한 헬기가 두 명을 구조했고 실종자를 수색했다. 이 헬기는 올해로 20년간 무사고 비행을 이어온 다목적 소방헬기다.

2000년 12월 54억원들 들여 도입된 러시아제 카모프 헬기는 구조 416명, 응급환자 이송 165명, 산불 및 화재 진화 529차례 등 총 2498차례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총 2790시간 동안 하늘을 날면서 단 한 번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진화에 나서 모든 주민들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아파트는 지상 33층으로 화재 당시 아파트 상층부가 불길에 휩싸여 이른바 ‘불기둥’처럼 보였다. 화재 직후 소방 등 인력 1655명, 헬기와 장비 264대 등이 동원돼 15시간 이상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이 펼쳐졌다. 카모프 헬기도 공중에서 화재 진압에 나섰다. 당시 중상자나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9일 오후 울산 남구 달동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카모프 헬기는 2014년 세월호 실종자 수색, 2013년 울주군 대형 산불, 2019년 강원도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재난 현장에도 투입됐다. 울산소방본부는 2019년과 2020년 2년 연속 ‘항공안전 우수기관’으로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카모프 헬기가 20년간 무사고로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예방정비와 꾸준한 훈련 덕분이라는 게 울산소방본부의 설명이다. 울산소방본부 관계자는 “헬기를 통한 구조 작전에는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한데 카모프 헬기에 탑승하는 조종사, 정비사, 구조·구급대원이 출동 시 서로 합심해 구조 작업에 나섰던 게 무사고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병도 울산소방본부장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20년 동안 소방대원들과 조종사 등이 마음을 합쳐 무사고 비행 기록을 세우게 됐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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